자본성증권 관련 규제 완화했던 금융당국
금리 급등으로 문제 생기자 "증자 유도하겠다"
자본성증권 발행 큰 보험사, 새로운 고민 안아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그간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자본확충을 유도했던 금융당국이 최근 보험사들로 하여금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구조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금리가 급등해 자본성증권 발행과 관련한 여러 문제가 나타나자 내린 결정이다. 이에 자본성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했던 보험사들은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다. 증자로 자본을 늘리면 주가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해 자본성증권 발행보다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금융감독원,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업계 전문가와 ‘보험업권 리스크 점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최근 금리 급등으로 인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RBC) 하락을 구제해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안으로 RBC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보험사들은 한 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당근’만 주진 않았다. 보험사들로 하여금 자본구조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이 아닌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을 하게끔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보험사들이 자본성증권을 통해 자본을 늘리자 금리 상승 등 시장의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게 된 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부터 보험사의 리스크를 더 정밀하게 측정하는 신 지급여력제도(K-ICS·킥스)가 도입된다. 이에 보험사들이 자본의 양 뿐만 아니라 ‘질’을 개선하게끔 한다는 의도다. 

금융당국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을 좀 더 수월히 할 수 있도록 자본성증권 발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지난 2월 킥스 수정안에 경과규정을 마련하고, 킥스 도입 후 10년 동안 기존 기준으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기본자본으로 인정해주는 한도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자본성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특히 보험사들은 기존에 발행한 자본성증권의 중도 상환 기간이 도래하면서 새로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문제다. 금리 급등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자들을 모으는데 실패하면 보험사들은 자본 감소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본성증권은 보험사의 실적에 상관 없이 이자를 제공해야 한다. 최근 자본성증권이 5%대의 고금리로 발행되면서 보험사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들로 하여금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을 해 자본구조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 초 킥스 경과규정을 내놓을 당시만 해도 금리가 이정도로 오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하지만 금리 급등으로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에 대한 여러 문제가 생기자 유상증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RBC 규제 완화로 한 시름 놓은 보험사들은 다시 부담이 커진 분위기다.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를 대규모로 발행한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증자는 자본성증권 발행보다 더 어려운 작업으로 통한다. 신주를 대규모로 발행하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보험사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 투자자를 모으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또 새로운 주주를 들이더라도 경영권을 둘러싼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생명보험사 가운데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화생명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2조원에 달한다. 한화생명은 후순위채로도 올해 1조원 넘게 조달했다. 전체 자본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이 차지하는 비율로 따지면 흥국생명이 29%로 가장 높다. KBD생명도 24%에 달하며, 교보생명과 동양생명도 10%에 가깝다. 

손해보험사 가운데선 현대해상이 약 50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가장 많이 발행했다. 전체 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0%에 달한다. 신종자본증권 비중이 제일 큰 곳은 한화손보(14%)다. 한화손보는 올해 신종자본증권을 1500억원 규모로 추가 발행했다. 이와 함께 후순위채로도 7280억원의 자본확충을 한 바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자본성증권 발행보다 어려운 점이 있어 보험사들이 당장 증자에 나서기는 힘들 것”라며 “일단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자본을 늘리는 작업을 이어가면서 향후 증자도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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