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2017년 CHC 부문 조직···매출 전체 40% 육박, 일반약·화장품·건기식 주력
삼진제약, 2019년 컨슈머본부 출범···게보린 리뉴얼, 작년 하반기부터 신제품 출시

이신영 일동제약 전무(왼쪽)와 성재랑 삼진제약 전무. / 사진=각 제약사
이신영 일동제약 전무(왼쪽)와 성재랑 삼진제약 전무. / 사진=각 제약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일동제약과 삼진제약이 여성 임원을 내세워 컨슈머 헬스케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 제약사는 각자 주력 일반약을 컨슈머 헬스케어 사업에 포함시켜 매출 증대를 추진해왔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사업다각화도 컨슈머 헬스케어 부서가 진행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제약사들이 의약품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문의약품 제조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일반의약품 또는 컨슈머 헬스케어에 주력하는 일부 업체들이 눈에 띄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일단 시장이 큰 전문약에 영업사원을 투입, 매출을 올리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의약분업 후 전문약 사업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다”라며 “일반약과 컨슈머 헬스케어 사업에 관심을 가진 제약사는 소수”라고 전했다. 실제 보령(구 보령제약)은 지난 2004년 관계사로 보령컨슈머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일동제약은 2017년 1월 CHC(컨슈머헬스케어) 부문을 조직했다. 삼진제약도 지난 2019년 6월 컨슈머헬스케어본부를 출범시켰다.  

우선 일동제약은 자사 일반약과 화장품, 건기식, 의료기기 등을 CHC 부문이 총괄한다. 일반약 대표품목은 활성비타민 ‘아로나민’ 시리즈다. 지난해 643억원 매출을 달성, 일동제약의 11.50%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지난해 매출 2위 품목이 310억원(전체의 5.54%)인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인 점을 감안하면 일동제약에서 아로나민 비중이 짐작된다. 아로나민 시리즈는 국내 종합비타민 시장에서도 1위 품목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은 지난 2016년 신사업 진출을 추진한 후 이듬해인 2017년 1월 CHC 부문을 출범시키며 사업다각화를 본격 진행했다“며 ”다각화 출발은 2016년 5월 출시한 비타민 음료와 프로바이오틱스 음료 등 음료사업이었다“고 정리했다. 이어 일동제약은 지난 2017년 3분기 런칭한 기능성 화장품 ‘퍼스트랩’ 등 화장품 사업에 주력했다. 퍼스트랩은 출시한 해당 분기 41억원에 이어 2018년 153억원, 2019년 244억원으로 성장하며 자리 잡았다. 

일동제약 건기식은 ‘지큐랩’이 주도한다. 지큐랩은 일동제약이 쌓아온 유산균 분야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런칭한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브랜드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체내에 들어가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 있는 균을 지칭한다. 일동제약은 지난 2020년 4월 ‘지큐랩 데일리’를 리뉴얼한 바 있다. 식품으로 분류되는 ‘비오비타’는 일동제약이 지난 1959년 국내 기술로는 처음 개발에 성공한 유산균 정장제다. 지난해 6월에는 아기용인 ‘비오비타 배배’와 만 3세 이상 유아부터 성인을 위한 ‘비오비타 패밀리’ 등 2종으로 구성된 ‘비오비타 시리즈’를 출시한 바 있다.

이밖에도 ‘메디터치’ 브랜드가 의료기기와 의약외품 두 가지 품목군으로 판매되는 등 일동제약 CHC 부문 비중은 증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동제약에 따르면 CHC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의 40%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된다. 올 1분기 말 기준, 매출은 전년대비 6%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1분기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재택치료를 시행, 가정상비의약품이나 해열제 등 일반약 판매가 늘었다”며 매출 증가 원인을 설명했다.

일동제약 CHC 부문 책임자는 지난 3월 영입된 이신영 전무다. 1973년생인 그는 Columbia University Business Statistics 석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이 전무는 삼성전자, 델, 시그나, 일렉트로룩스 등 다국적 기업에서 20년간 마케팅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지난 2019년부터는 일렉트로룩스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영입 당시 일동제약은 이 전무의 마케팅 전문성과 경험, 조직관리 능력 을 높이 샀다고 밝혔는데 예상대로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며 “여성 특유의 꼼꼼함도 눈에 띤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진제약은 전문약 중심 제품구조에서 벗어나 일반약과 건기식, 화장품, 의약외품 등 매출구조 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2019년 6월 컨슈머헬스케어본부를 설립했다. 올해로 출범 3년을 맞은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진제약은 매출이 소폭 하락하던 시점이었다”라며 “일반약 특히 게보린에 변화를 주고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개편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삼진제약 일반약은 게보린을 중심으로 식욕촉진제 ‘트레스탄’과 최근 리뉴얼한 항불안제 ‘안정액’ 등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컨슈머헬스케어본부는 지난 2020년 게보린정의 정제 크기를 줄이고 속효성을 높이는 리뉴얼을 단행했다. 약을 복용할 때 환자의 복약순응도는 의약품 효과와 안전성만큼 중요한 지표다. 특히 의약품 제형은 약물 흡수 정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인데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차별화된 제형 개발과 개선 노력을 실현한 것이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당시 게보린정 리뉴얼은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제제 개선에 초점을 뒀다”며 “정제 낱알 사이즈를 길이와 두께의 최적화된 비율로 디자인, 목 넘김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삼진제약 사업다각화 핵심은 화장품과 건기식, 의료기기다. 화장품 사업은 절제된 성분 사용과 건강한 비건을 표방하는 스킨케어 브랜드 ‘심플로그’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심플로그 브랜드 특징은 전 제품의 동물성 성분 배제를 통한 비건 인증 획득과 피부 케어에 필요한 최소 성분만 함유해 피부에 부담을 줄인 미니멀리즘을 우선시 했다는 점이다. 심플로그는 지난 5월 더블에센스토너와 퓨어폼클렌징, 하이드로크림 등 신제품 3종을 출시한 바 있다.      

건기식 대표품목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하루엔진’이다. 삼진제약은 제품 신뢰도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독일, 스위스, 영국 등 프리미엄 원산지 원료로 만든 11종 멀티비타민 & 미네랄,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노르웨이에서 생산한 고품질 정제어유 VivoMega, 캐나다 ‘로셀社’의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등 총 13종 프리미엄 원료를 사용했다. 의료기기 사업의 경우 지난해 8월 2세대 웨어러블 심전도기 ‘S-Patch Ex’를 출시하며 성과를 보였다. S-Patch는 심장마비와 뇌졸중 원인이 되는 부정맥 조기 진단 및 관리를 위해 삼성SDS 소프트웨어와 삼성전자 바이오프로세서, 삼성병원이 설계한 알고리즘 등 협력으로 개발된 의료기기다.  

이밖에도 컨슈머헬스케어본부는 최근 시장 화두인 ‘디지털 치료제’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수립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실제 삼진제약은 지난 3월 ‘휴레이포지티브’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분야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양사는 △삼진제약 의약품 사업과 연계된 디지털 치료제의 비즈니스 모델 수립 및 수행안 기획 △휴레이포지티브가 추진 중인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협력에 있어 각 사가 보유한 역량과 자원을 활용, 디지털 헬스케어 신규 사업을 모색키로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컨슈머헬스케어본부는 지난 2019년 6월 출범했기 때문에 1-2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증권가가 올해를 삼진제약 사업다각화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해로 판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삼진제약은 컨슈머헬스케어본부 매출에 대한 확인을 유보했다. 업계는 전체 매출의 10-15%를 담당한다고 추정한다.

최근 3년간 컨슈머헬스케어본부 책임을 진 임원은 성재랑 전무다. 1968년생인 그는 한독과 대웅제약, 한국로슈, 보령컨슈머헬스케어 등에서 컨슈머헬스 분야를 전문적으로 맡았던 베테랑이다. 삼진제약에는 지난 2019년 7월 영입됐다. 이어 2020년 1월 전무로 승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로슈에서는 칼디비타 처방 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 칼슘제 처방팀을 조직, ‘더블 매출’을 실현했고 한독에서는 깨끗한 미소 캠페인 프로젝트로 크레오신T 매출 성장을 견인할 정도로 성 전무 능력은 정평이 나있다”라며 “그의 전무 승진 동기가 오너 2세인 현 조규석 부사장과 최지현 부사장이라는 점만 봐도 성 전무의 조직 내 비중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두 제약사가 신사업 추진과 일반약 매출 증대를 위해 조직한 컨슈머 헬스케어 부서를 능력 있는 여성 임원이 책임지고 총괄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업계 관행상 과거에는 여성이 임원을 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라며 “일동제약과 삼진제약은 인재를 보는 눈이 정확해 영입 순간부터 사업은 절반 정도 구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