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재개발 대형사 vs 중견사 대결서 잇달아 대형사 사업권 획득
안전진단 규제완화·1기신도시 특별법 제정도 수도권 중심···지방이 주 무대인 중견사 소외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중견건설사들이 대형건설사의 지방 진출 활성화로 정비사업 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중견건설사가 밥그릇 싸움에서 대형건설사에 밀리며 설 자리가 좁아지는 사례가 거듭되고 있다. 정비사업 분야에서 지방 일감은 중견건설사 중심으로 확보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최근 대형건설사가 보폭을 넓히며 지방으로 진출하면서 중견사 입지가 좁아지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전에서는 이달 들어 세 곳의 정비사업장이 시공사를 선정했고 한 곳은 이달 말 결정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결구도와 지금까지 결정된 세 개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결과다.

가장 먼저 시공사를 선정한 건 도마·변동5구역이다. 사업내용은 대전 서구 도마동 일대 15만7000여㎡에 공동주택 2874가구를 짓는 것으로 공사비는 7969억원이다. 입찰결과 GS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그랜드사업단과 두산건설로 대결구도를 갖추게 됐는데, 지난 2일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는 그랜드사업단이 전체 734표 가운데 683표를 획득하며 압도적 지지율로 시공권을 확보했다. 두산건설은 공사비로 경쟁사 대비 700억원 이상 낮은 7203억원을 제안했음에도 브랜드 인지도를 이기기에는 무리였다.

이틀 뒤인 4일에는 인접지인 도마동 317-139번지 일대 도마·변동13구역에서 시공사 선정총회가 열렸다. 이 사업장은 대우건설·DL이앤씨가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동부건설도 입찰에 참여해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총회 결과 시장의 반응과 다름없이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DL이앤씨가 사업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총 사업비는 7255억원이다.

6일에는 대전 대덕구 법동 281번지 일원에 지하 3층~지상 35층, 6개 동, 총 657가구 규모의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법동2구역 시공사 선정총회가 열렸다. 입찰에는 SK에코플랜트와 한화건설이 들어왔고 투표 결과 SK에코플랜트가 시공권을 차지하게 됐다. 공사비는 2368억 원으로, 올 들어 수주한 포항 용흥4구역 등과 함께 신규수주 8802억원을 확보하며 최근 5년간 자사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뛰어넘었다.

오는 12일에는 도마·변동4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과 DL건설이 경쟁한다. 당초 현장설명회에는 계룡건설, 금성백조 등 충청지역 기반의 중견건설사도 참석했지만 본 입찰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앞서 시공사를 선정한 다른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대형사가 시공권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대형사가 중견사의 주 무대였던 지방까지 영토를 확장하면서 중견사가 밥그릇 싸움에서 밀리는 사례 잦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정비사업 안전진단 규제완화, 1기신도시 특별법 제정 등 공언에 건설사의 사업환경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중견건설사 입장에서는 실상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온다. 수도권 진출은 고사하고 지방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탓이다.

한편 중견건설사보다는 대형건설사 선호도가 높지만, 대형사 중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유무를 기반으로 선호도는 갈리는 모습이다. 이 같은 까닭에 1군 건설사 가운데서도 일감확보의 편차가 큰 편이다. 현대건설이 올 들어 현재까지 정비사업 만으로 수주액 5조원을 돌파하는 동안 프리미엄 브랜드가 없는 포스코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1조원을 채 넘기지 못했다. 때문에 각 사는 이르면 내달 중 새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사가 상대적으로 낮은 공사비로 입찰에 나서지만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는 대형건설사가 절대강자인 만큼 반전이 쉽지 않다”며 “새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로 정비사업이 활성화 되더라도 대형사와 중견사 간 희비는 뚜렷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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