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흥국화재·농협생명 등 RBC비율 금융당국 권고치 하회
흥국생명·KDB생명 등도 150% 근접 수준으로 떨어져
“금리 인상 기조 연말까지 지속…보험사 자본확충 움직임 계속될 듯”

1분기 주요 보험사 RBC비율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1분기 주요 보험사 RBC비율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세를 걷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자본변동성 대응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는 등 자본확충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의 1분기 RBC비율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 RBC비율이 높을수록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업감독규정상 보험사는 RBC비율을 최소 100% 이상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1분기 들어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하회하는 보험사도 늘었다. 한화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RBC비율은 122.8%로 지난해 말(176.9%) 대비 54.1%포인트 급락했다. 흥국화재 역시 1분기 RBC비율이 146.65%로 지난해 말 161.78%에서 15.13% 떨어지면서 150%를 밑돌았다. MG손해보험의 1분기 RBC비율은 공시되지 않았으나 이미 지난해 말 88.3%를 기록하며 법적 기준인 100%를 하회했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도 1분기 RBC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150%에 근접한 보험사들이 상당수 늘었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RBC비율이 210.5%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 1분기 131.5%로 79%포인트 급감하면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밑돌았다. 흥국생명은 1분기 RBC비율이 157.8%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겨우 넘겼으나 지난해 말(163.2%) 대비 5.4%포인트 하락했다. KDB생명 역시 지난해 말 168.87%에서 올해 1분기 158.78%로 10.09%포인트 하락하면서 금융당국의 권고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 평가액이 줄어들면서 회계상 자산이 감소해 RBC비율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최소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두달 연속으로 0.25%포인트씩 인상하며 기준금리가 연 1.75%에 달하자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부쩍 늘었다.

이에 보험사들은 RBC비율 하락 방어를 위해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RBC비율이 146.65%로 떨어진 흥국화재는 지난달 31일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흥국화재 측은 “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건전성 비율 제고와 함께 자본 확대 및 구조의 다변화로 금융환경 변화 등 각종 리스크 요인에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지난달 13일 2960억원 규모의 후순위사채를 발행했다. 메리츠화재 측은 “금번 사채발행은 RBC비율 증대를 위한 자본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본확충”이라며 “조달자금 296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채 발행대금이 납입되면 RBC비율 산출 시 지급여력금액이 2960억원 만큼 증가해 RBC비율이 지난해 말 207.45%에서 15.09%포인트 개선된 222.5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도 RBC비율을 높이고자 이달 중 30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의 올해 1분기 RBC비율은 160%로 전분기(184.6%) 대비 24.6%포인트 감소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여파로 채권금리가 상승해 보험사들이 가지고 있는 매도가능채권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RBC비율이 하락하는 추세”라며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높아 이에 대비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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