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숙 수석부사장, 비전추진실장 근무···업계 “대정치권 업무 진행, 정권교체로 부진”
공채 출신 신민철 부사장과 이혁재 전무, 관리와 제품개발 책임···전무는 4명, 상무는 20명 육박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바이오업체인 셀트리온도 정권교체 여파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정치권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임원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공채 출신 임원 영향력이 증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최고 경영진은 서진석 이사회 의장과 기우성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장남인 서 의장은 1984년생이다. 서울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한 후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과 셀트리온스킨큐어 경영총괄 수석부사장을 역임했다. 1961년생인 기 부회장은 한양대학교 출신이다. 대우자동차 기획실과 넥솔바이오텍 부사장을 거쳤다. 이같은 경영진을 보좌하는 임원은 2명의 수석부사장과 신민철 부사장, 4명의 전무, 그리고 20명에 육박하는 상무로 확인된다.
최근 셀트리온 임원진에는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이 복수의 업계 소식통 전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장윤숙 셀트리온 수석부사장 업무는 비전추진실장으로 셀트리온 그룹의 ‘비전 2030’을 추진하는 것이지만 비공식적으로 대관, 특히 정치권 대상 업무를 맡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면서 “지난달 정권교체로 인해 이전에 비해 다소 힘을 잃었다는 것이 최근 분석”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전추진실은 당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직속으로 신설한 조직이고 장윤숙 수석부사장은 기본적으로 서 회장 사람‘이라며 ”비전 2030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대관과 대외협력업무가 필요한 것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셀트리온은 회사의 공식 대관업무는 관리부문 경영지원팀이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의 이같은 관측은 장 수석부사장 경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65년생인 그는 인천 신명여고와 한국외국어대 터어키어학과 출신이다. 서강대학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은 장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에서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7년간 재직하다 퇴사한 후 2020년 1월 회사에 복귀했다. 셀트리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장 수석부사장이 처음 셀트리온에서 대외협력 담당 전무로 일했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밑에서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했으며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을 맡은 경력을 셀트리온이 평가해 영입한 것”이라면서 “대관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가 국회 등 대정치권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셀트리온은 부인하지만 대정치권 업무를 진행하던 장 수석부사장의 사내 입지가 정권교체 후 약화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동안 접촉하던 정치권 인맥이 야당이 되며 힘을 잃게 된 셈이다. 장 수석부사장은 최근에도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 고위 인사를 셀트리온 영빈관으로 초청, 식사를 같이한 것으로 파악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영빈관에 대해 “모른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이상준 데이터사이언스센터본부장이다. 1967년생인 그는 Texas A&M Univ.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반면 셀트리온 공채 출신 임원은 상대적으로 힘을 얻는 분위기다. 대표적 인물이 신민철 관리부문장과 이혁재 제품개발부문장이다. 신민철 부문장과 이혁재 부문장은 40대에 전무로 발탁되며 셀트리온 핵심 부문을 책임졌던 인물이다. 이들이 공동으로 전무를 단 시점은 지난 2020년 1월이다. 신 부문장은 재무본부와 관리본부, IR 등을 관할한다. 대관업무를 맡고 있는 경영지원팀도 관리부문 산하다. 1971년생인 그는 지난 4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를 졸업한 신 부사장은 한영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한 경력도 갖고 있다. 1975년생인 이 전무는 40대 초반인 지난 2016년 이사 승진 후 2년만인 2018년 상무로 승진하는 등 초고속승진을 거듭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 부사장과 이 전무는 1년 차이 공채로 셀트리온에 입사한 후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아왔다”며 “신 부사장은 재무통이고 이 전무는 제조부문과 개발, 임상, 경영지원 등 여러 분야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전무는 이 부문장을 포함, 총 4명이다. 이수영 신약연구본부장과 구윤모 엔지니어링본부장, 권기성 연구개발부문장이다. 이수영 본부장(1972년생)과 구윤모 본부장(1970년 2월생)은 재직기간이 각각 19년 4개월과 18년 5개월이다. 권기성 부문장(1969년생)도 셀트리온에 입사한 지 16년 4개월이 됐다.
이처럼 셀트리온의 전무 이상 임원은 소수인데 비해 상무는 20명에 육박한다. 지난 4월 인사에서 셀트리온은 상무 승진자를 최병욱 2공장 DS생산담당장 △이태운 국내개발담당장 △이영철 데이터관리센터장 △김범성 홍보담당장 △전호성 조직문화실장 △조종문 생명공학연구본부장 △장일성 바이오메트릭스센터장 △장지미 품질보증본부장 등 8명 발표했다. 앞서 지난 3월말 기준 셀트리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양성욱 2공장 본부장 등 기존 상무는 10명으로 파악된다.
결국 신 부사장과 이 전무 등 공채 출신 50대 초반과 40대 후반 젊은 임원들이 오너 2세 서 의장을 보좌하며 셀트리온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상위권 제약사를 보면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상무나 전무 직급을 달고 회사 운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셀트리온도 이같은 업계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