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계열사 본사 임금 절반 수준···“본사가 책임져야”
올해부터 비용 관리 나선 네이버, 협상 불확실

사진=이하은 기자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 8일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하은 기자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인권 경영’을 내세운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취임 이후 첫 위기에 직면했다. 네이버 계열사 5곳이 단체교섭에서 직장내 괴롭힘을 예방하는 전담기구 설치 요구에 수용 불가 입장을 전한 것이다. 임금교섭도 결렬됨에 따라 네이버 노동조합은 조정을 신청했다. 

8일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네이버의 손자회사 5곳의 임금·단체교섭이 결렬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공동조정 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이날 네이버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네이버 5개 계열사 공동조정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으로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나섰지만, 네이버의 책임 회피와 법인의 한계로 인해 결렬에 이르게 됐다”고 비판했다.

임금 및 단체교섭이 결렬된 5개 계열사는 엔아이티서비스(NIT), 엔테크서비스(NTS), 그린웹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이다. 이들 법인은 네이버가 계열사의 경영지원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네이버아이앤에스 산하 계열사다. 

◇ 괴롭힘 방지 조직 수용 불가···추가 비용 지출 어려워

NTS와 NIT는 지난해 10월부터, 그린웹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는 지난 1월부터 연봉협상을 비롯해 직장내 괴롭힘 방지 등에 대한 교섭을 10회 이상 진행했다. 노조는 5개 법인에 연봉인상률 10%,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기구 설치, 조직문화 진단 및 리더십 교육 등을 요구했다. 

이같은 요구안은 네이버와의 교섭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앞서 네이버 노사는 공동으로 직장 내 괴롭힘 조사기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 기구는 이사회 직속으로 설치되는 만큼 신고 내용을 독립적으로 조사하게 된다. 회사가 괴롭힘 정황을 묵인하거나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는 지난해 5월 네이버의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따른 재발 방지 조치다. 당시 네이버는 경영쇄신 및 리더교체까지 단행했다. 

그러나 5개 계열사 회사는 직장내 괴롭힘 예방조치에 대해서 수용 불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문화 진단 및 리더십 교육 등도 다수 수용하지 않으면서 단체교섭이 결렬됐다. 

노조는 네이버가 직장내 괴롭힘 문제로 새로 조직체계를 구축한 만큼 최수연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네이버는 (직장내 괴롭힘 기구 설치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본사만 수용했다. 다른 계열사에서 직장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며 “대표가 나서야 되는 부분이고 나설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신임대표/ 사진= 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신임대표/ 사진= 네이버

노조가 네이버의 책임론을 내세운 까닭은 모회사인 네이버가 업무 및 경영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회사 간접고용 형태를 띠고 있어서다. 5개 법인 모두 네이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및 용역의 비중이 100%라는게 노조 측 설명이다. 

실제 지난 4월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5개 법인 모두 네이버 및 종속법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0%였다. 즉, 네이버에서 나온 매출로 인건비를 포함해 모든 비용지출을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전담조직 신설 등 추가 비용 지출을 꺼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임금 협상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노조는 10% 연봉 인상을 요구했으나, 5개 법인은 5.7~7.5%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노조에 따르면 5개 법인의 신입 초임은 네이버의 55~60% 수준이다. 

오 지회장은 “다른 계열사와 달리 네이버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는 수익구조로 인해 노사간 교섭으로는 접점을 찾기 어렵다”며 “계열사 노동자들의 초봉은 직군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최저임금을 조금 상회하는 2000만원 초반, 평균 연봉은 3000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 중노위 협상 관건···쉽지 않을 듯

이날 네이버노조가 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함에 따라 네이버 경영진이 협상 테이블에 나설지 주목된다. 조정 회의에 임하더라도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취임부터 소통을 강조했지만, 네이버 본사에 한정된 행보라는 시각이다. 최 대표는 취임 직후 네이버 직원들을 대상으로 ‘컴패니언데이’에 참석해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다만, 계열사와 별다른 소통 행보는 없었다. 

인건비 증가도 최 대표로서 부담이다. 네이버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인건비 상승에 따라 전분기 대비 14.1% 감소한 3018억원에 그쳤다. 매출도 전분기 대비 4.3% 줄었다. 

이에 네이버는 올해부터 매출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비용을 관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부터 인건비 등 비용 효율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노조는 최대한 대화로 풀겠단 입장이다. 오 지회장은 “조정위원과 네이버 경영진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면서도 “조정이 무산될 경우에도 당장 파업엔 나서지 않겠지만, 대화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권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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