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분양 물량 10년만에 최다···전국 미분양 물량의 25% 이상 차지
중도금 무이자 대출 판촉활동에도 시장 침체 계속될 듯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대구 분양시장이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을 판에 처했다. 공급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전국 시·도 가운데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지역 자체 미분양 물량 추이를 봐도 2012년 이래 10년 만에 최대 물량이 쌓여있다. 일부 시행사는 고금리 시대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무이자 판촉활동까지 하며 물량털이에 안간힘을 쓰지만 수요층은 꿈쩍 않는 모양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6827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준공 미분양은 6632호이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95가구다. 이는 전국 미분양 물량의 25.1%를 차지하는 물량이며, 2012년 1월 미분양 물량이 7477가구를 기록했던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업계에서는 약 1년 전부터 대구의 분양시장 활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향후 입주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부동산R114에 지난 2019년 6445가구에 그쳤던 입주물량은 2021년 1만6284가구, 2023년 3만2503가구(예상)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정 수요 물량으로 추산되는 1만1905가구를 한참 넘어서는 수준이다. 향후 입주물량 증가로 인한 시장 침체 우려가 시작되면서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건설사의 분양물량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간간히 생겼다.
그러다 올 해 들어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대구 분양시장 전역을 덮쳤다. 대구에서 올 들어 10개의 사업장이 분양을 시도했는데, 10전 10패라는 참담한 분양결과를 내놓게 됐다. 개중에 지난 4월 분양한 대구역 자이더스타는 브랜드 파워로 1·2순위 청약경쟁률에서 1.7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선방하는 듯 했지만 일부 당첨자가 최종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분양을 피할 순 없었다. 이곳은 지난해 9월 동일 사업장 내 주거용 오피스텔만 따로 선분양했는데, 당시만 해도 691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곳이다. 폭발적인 수요층을 확인했지만 반년 새 미분양 사업장으로 전락했다.
대형건설사의 선호 브랜드 뿐만 아니라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며 선호도를 가진 지역 역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앞서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에서 분양한 수성포레스트 스위첸은 1순위 청약결과 748가구 모집에 26명만 청약에 그치며 참패했다. 동부건설이 공급한 수성 센트레빌 어반포레 역시 308가구 모집에 33명이 접수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대형브랜드와 수성구라는 위치적 장점을 범어자이 분양이 침체된 분위기 반전에 나설지 분양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시행사는 중도금 일부를 무이자로 대출해준다고 판촉활동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미분양 소진 속도는 시원치 않다.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 시행 주체는 자체 보증을 통해 중도금 30%를 무이자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다만 평균 청약경쟁률 0.57대 1을 기록하며 1순위 전체가 미달됐다.
업계에서는 대구의 미분양 물량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할 만큼 쌓여있어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당분간 하향 조정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역 시장에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금리 인상과 같은 대외적 이슈는 어쩔 수 없어도 규제지역 해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현재 거주하는 집을 파는 조건으로 새 집 청약을 하고 싶어도 조정대상지역이어서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다”며 “지금 분위기라면 건설사는 원자재값 상승에 미분양 나니 곡소리 하고, 수요층은 분양받고 싶어도 대출이 안나와 불편해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