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납품차량 운송 및 탁송업체 운행 중단
철강·타이어 등 부품 수급 문제도···장기화 시 생산 차질 우려
완성차 임단협 영향 가능성···현대차 노조 “끝까지 갈 것”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가 피해를 입을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출고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품 수급 및 차량 탁송 지연 문제 등으로 생산 차질이 생기거나 출고일이 더 늦어질 수 있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납품 차량이 이날 오후 2시부터 운송 거부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대차 납품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운송업체 중 약 70%가량이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는 전날 총파업에 돌입했으며 전체 조합원(2만2000명) 중 약 40%인 9000여명이 파업 출정식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연쇄적인 물류 차질이 일어나면서 자동차 업계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과 타이어 제품 출하에 문제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전날 포항제철소 하루 물동량 약 4만9000톤(t) 가운데 2만톤가량이 출하가 지연됐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9000톤 규모의 출하가 중단됐다. 현대제철은 파업이 계속되면 하루 평균 4만톤 이상 제품을 출고하는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어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전날 화물연대가 대전공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공장 차량 출입을 막으며 제품 출하에 문제가 생겼다. 회사 관계자는 “대전 공장의 경우 전날에는 출하가 완전 중단됐으며, 이날도 일부 물량을 제외하곤 출하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하루 약 5~6만본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하루 물동량이 8만3000본 수준인데, 전날 출하가 이뤄지지 않아 물량이 묶여 있는 상태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 미리 예고된 지라 미리 물류센터 등에 운송해둬 당장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며 “다만 상황이 길어질 경우 공장에 재고가 쌓이고, 판매가 막힐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완성차 업계 피해도 커질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도 화물연대가 파업을 했지만, 올해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라며 “작년에는 긴급 물량 같은 경우 출하를 허용해줬으나, 이번에는 강경하게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서고 처음 하는 대규모 파업인 만큼 화물연대도 쉽사리 물러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차량 생산에 차질이 생겨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고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
현대차가 영업일선에 배포한 이달 납기 일정을 살펴보면 아반떼 가솔린은 10개월·하이브리드(HEV) 14개월, 그랜저 HEV 8개월, 투싼 HEV 12개월, 싼타페 HEV 16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아 볼 수 있다. 제네시스 G80은 7개월, GV80은 12개월 이상 걸린다. 기아는 K5 HEV 12개월, K8 HEV 12개월, 스포티지 11~18개월, 쏘렌토 13~18개월, 카니발 10~16개월 등이며 전기차의 경우 대부분 1년 이상 기다려야 출고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당장 1~2일 파업만으로는 차량 부품 수급이나 탁송 등에 큰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길어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아직까진 상황을 예의주시중”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올해 완성차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과정에서 줄파업이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고용 안정 등을 요구했다. 기본급 인상의 경우 지난해 요구안(9만9000원 인상)보다 66%가량 올랐으며, 기본급 인상 폭이 가장 컸던 2015년(8만5000원)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높게 제시한 셈이다.
또한 정년 연장과 연계해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어, 사측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안현호 노조 지부장이 “올해 교섭은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노조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업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뿐 아니라 기아, 르노코리아, 한국GM 등도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고, 작년과 달리 대부분 강성 성향 노조가 들어선 만큼 연쇄 파업이 우려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인상은 물론 최근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까지 나오면서 노사간 이견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질 경우 완성차 임단협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