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올해 3월 해지환급금 건수·금액 모두 감소
지난해 11월부터 감소세 이어져
“코로나 사태 초기 기저효과 영향”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해 초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생명보험사들의 보험 계약 해지 규모가 감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해지환급금 금액은 6조8063억원, 건수는 115만392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말 해지환급금 금액과 건수가 각각 7조4817억원, 153만7728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금액은 9%, 건수는 25% 감소했다.
대형 생명보험사들 위주로 살펴보면 먼저 삼성생명은 올해 3월 말 기준 해지환금금이 1조476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434) 대비 15.3% 감소했다. 뒤이어 교보생명이 81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79억원에서 3% 줄었으며, 한화생명도 1년 새 9895억원에서 7950억원으로 19.6% 감소했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악화되면 가계 부담이 커진 가입자들이 보험 계약을 중도 해지하면서 해지환급금 규모가 늘어난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들어 생보사들의 해지환급금 규모는 꾸준히 증가했다. 그 결과 2019년 말 26조9035억원이었던 해지환급금 지급액은 2020년 말 27조4899억원으로 6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보험 계약 중도 해지가 늘어날수록 해지환급금 지출이 늘고 보험 계약 유지율이 저하되면서 보험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부터 생명보험 해지 규모가 감소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지난해 11월까지 지급한 해지환급금은 총 24조435억원으로 전년 동기(24조8594억원) 대비 3.4% 감소했다. 생보업계의 해지환급금 규모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후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2월, 3월까지 해지환급금 건수와 금액은 모두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보험사들의 해지환급금 규모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초기 경기 악화의 기저효과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0년까지는 코로나19 피해 확산으로 생명보험 해지가 증가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확산 초기 대비 코로나19 대한 체감이 둔화되면서 보험 계약 중도 해지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줄어든 것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 사태 발발 초기 당시 코로나 쇼크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경기가 악화됐던 영향에 대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태가 2년 넘게 장기화되다 보니 사태 초기보다 체감 영향이 완화되면서 해지환급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험업권과 금융당국에서 코로나19 피해 확산에 따른 보험 계약 해지 증가를 우려해 보험 계약 중도 해지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020년 초부터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방법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보험료 납입이 어려우면 보험을 해지했지만 보험계약 유지 제도를 다양하게 이용하면서 해지환급금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이 보험료 납입유예, 보험료 감액, 자동대출납입제도 등 보험계약 유지에 유용한 제도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