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대표회의, ‘입찰 자격 박탈’ 없었던 일로
입찰 참여 기회 열렸지만···실제 수주 가능성 낮아
SH “경고 누적으로 여전히 입찰 무효 상태”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우건설이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 흑석2구역에서 다시 수주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난관이 예상된다. 최종 결정권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여전히 대우건설의 입찰 무효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입찰에 참여해 시공사에 선정되더라도 수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에서 최근 열린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현장설명회엔 대우건설을 비롯 삼성물산,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 5개사가 참여했다.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건설사엔 입찰 참여 기회가 주어진다. 주민대표회의는 오는 9월 5일 입찰을 마감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19일 진행된 1차 입찰은 삼성물산만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

이번 현장설명에서 눈길을 끄는 건설사는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흑석2구역에서 사업 초기부터 홍보활동을 펼치며 강한 수주 의지를 보여왔지만 지난 4월 1차 입찰엔 불참했다. 경고 누적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대우건설은 금품향응 제공 등의 혐의로 경고 2회를 받았다. 이후 불법 홍보 2건이 추가 적발됐다. 경고를 3회 이상 받으면 입찰 참여 자격이 박탈된다. 입찰에 참여한 이후 자격이 박탈되면 입찰보증금 150억원을 날릴 수 있는 만큼 입찰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이 불참하면서 단독 입찰한 삼성물산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점쳐졌다.

대우건설이 현장설명회 참여를 통해 다시 수주 기회를 엿본 건 입찰 참여 자격 박탈 위기에서 벗어나면서다. 주민대표회의는 입찰 참여 자격을 박탈할 경우 의결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법률적 검토에 따라 지난달 25일 ‘대우건설의 입찰 참가 자격 박탈’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위원 25명 중 24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2명, 반대 12명으로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이날 투표 결과로 대우건설은 입찰 리스크가 사라지게 됐다. 이진석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경쟁구도를 통해 조건이 더 유리해질 수 있는데 대우건설을 굳이 퇴출시켜야 하냐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날 투표 결과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우건설이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실제 수주까지 이어지긴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번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에서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한 권한은 주민대표회의에 있지만 계약에 대한 권한은 시행자인 SH에 있다. SH는 대우건설이 이미 경고 3회 이상을 받은 만큼 최종 계약까지 갈 경우 입찰 무효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주민대표회의 투표를 통해 시공사에 선정되더라도 최종 결정권자인 SH가 입찰 무효를 결정하면 수주는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SH가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는 이유는 대우건설의 불법행위를 신고한 주민들이나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에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서다. SH는 2차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던 건설사에 대우건설이 받은 경고처분 내역을 전달하기도 했다. SH 관계자는 “주민대표회의가 시공사를 추천해 주면 SH는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당사자가 된다”며 “대우건설이 입찰 무효 요건을 충족한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주민들이나 건설사들이 반발할 수 있는 만큼 절차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다”고 말했다.

흑석2구역은 지난해 1월 정부가 선정한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다. 재개발을 통해 지하 7층~지상 49층, 4개 동, 1216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곳은 한강변에 위치한 준강남 입지에다 공공재개발 사업지 중 규모가 가장 커 공공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추정 공사비는 5000억원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흑석역과 맞닿아 있는 초역세권 단지이기도 하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시행을 맡은 만큼 토지수용 등 민감한 작업에 따른 리스크도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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