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기 잃어···거래대금 감소·고객예탁금 유출”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화면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국내 증시가 하락장으로 접어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투입하는 자금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확대가 상승장으로 이어졌지만,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이 지속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31일 기준 57조5671억원으로 1월 19일(53조8056억원)과 20일(54조200억원)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양일은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으로 인해 시중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기간이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5월 3일(77조9018억원)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20조원 이상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초부터 대형 공모주 청약일을 제외하면 60조원 이상을 유지했지만, 지난달에는 50조원 후반대로 줄었다.

투자자예탁금은 2019년 말 27조3933억원에서 2020년 말에는 65조5227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 주요국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경기 부양 목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풀었고, 주식투자 열풍 속에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투자자예탁금도 불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고점을 기준으로 하락세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일 코스피 지수는 2670.65로 거래를 마감해 지난해 7월 고점(3305포인트) 이후 약 19% 하락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이탈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 주식 매수 금액과 증시 거래대금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은 16조5703억원으로 전년 동기(50조2818억원) 대비 약 67% 줄었다.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 일일 거래대금 평균은 16조8689억원으로 지난 1월(20조6542억원)보다 20% 가까이 감소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과 전반적인 가격 하락 영향에 증시는 활기를 잃었다. 거래대금 감소와 동시에 고객예탁금 유출이 관찰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매수 거래의 70%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60% 초반대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