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맨션 시작으로 장대B·도마, 변동5구역·부곡2구역 등에서 홍보하다 번번이 철수
5313억에서 2513억원으로 주택부문 영업익 반토막···아웃풋 언제날까 업계 주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성물산이 입찰에 관심을 두고 홍보전에 참여해 온 전국 곳곳의 정비사업장에서 번번이 입찰참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국내 정비사업 분야에서 삼성물산의 입찰 포기가 계속되고 있다. 홍보전에서 수주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며 입찰을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오다가도 정작 입찰 당일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해외통인 오세철 대표이사의 리더십으로 해외수주에만 힘주다가 국내 시장에서는 설 입지를 잃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 지난해 주택사업부문 영업이익이 직전해 대비 반토막 이상 급감하면서 수주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삼성물산의 수주에 주목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달 31일 공사비 6000억원 규모의 부산 부곡2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불참했다. 삼성물산은 4월만 하더라도 홍보관을 설치하고 지하철 옥외광고까지 진행하며 사업권 확보에 열의를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입찰에 당연히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며 3파전을 기대했지만 삼성물산이 입찰참여에 필수인 보증금을 안 냈다는 소문이 사실이 됐다. 삼성물산의 불참으로 GS건설과 포스코건설만이 겨루게 된 것이다.

사실 삼성물산의 홍보와 최종 입찰 불참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공사비 9000억원 육박, 총 사업비 1조원을 훌쩍 넘는 초대형사업장인 대전 장대B구역 시공권 확보에 관심을 두고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다. 지역에서는 2002년 대전 가장동 삼성래미안을 선보인 이후로 대전에서 래미안 브랜드를 찾기 힘들었던 만큼, 삼성물산의 장대B구역 재개발 진출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과 정비사업 수주 1위 현대건설 간 빅매치가 예상된다는 점도 관심사였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는 최종 불참했다. 결국 해당 사업장 시공권은 현대건설이 가져갔다. 이 곳은 지방 최초로 ‘디에이치’ 적용을 약속한 사업장이다.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에도 삼성물산의 이 같은 행보는 반복됐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변 중심입지에 자리한 공사비 6200억원 규모 한강맨션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설계용역까지 맡기며 입찰을 준비해왔다. 당연히 조합원을 상대로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하고 사업장 인근 홍보물 게시판을 활용하며 자사 홍보도 이어왔다. 그러나 돌연 사업장에서 홍보를 중단하며 발을 뺐고 삼성물산과 GS건설의 빅매치는 성사되지 않았다. 해당 사업장은 GS건설이 사업권을 가져가게 됐다.

삼성물산은 이날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리는 8000억원대 규모 대전 도마·변동5구역에서도 시공능력평가 1위, 고객만족도 1위, 시가총액 1위, 품질지수 1위를 앞세우며 선전해왔다. 그러나 최종 입찰에는 또 불참했다. 이에 따라 해당사업장은 현대건설·GS건설과 두산건설 간 경쟁이 됐다. 업계에서는 경쟁구도가 건설사 규모 및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는 만큼 컨소시엄을 구성한 현대건설‧GS건설 컨소시엄이 무난히 사업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삼성물산이 임찰 참여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다가 발 빼길 거듭하는 까닭에 올해 실제 입찰에 참여한 주요 사업장은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이촌 코오롱 리모델링, 동작구 흑석2구역 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사업권을 확보한 방배6구역과 이촌 코오롱도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무혈입성했고, 현재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흑석2구역 역시 삼성물산 단독 입찰해 모두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을 통해서만 일감을 확보할 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이 같은 행보에 그간의 공백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의 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알짜 사업장에 조합설립인가가 나기도 전부터 눈도장을 찍으며 물밑작업을 하는데 삼성물산은 정비사업시장을 수년 간 떠나있으며 공백이 있지 않았나”라며 “일부 정비사업장 집행부는 수 년을 홍보해 온 건설사와 친분이 있으니 시공사에 편향성을 갖게 되기도 하고, 조합원 역시 그 분위기를 따라 흘러간다. 그 작업이 없었던 삼성물산이 거듭 발을 뺄 수밖에 없는 듯 하다”고 촌평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곳에서 홍보 등 수주활동에 수십억원을 매몰비용으로 쓰고 수주실패로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근래에 부산 촉진3구역을 기웃거리고 있다. 이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지난달 말 조합이 회사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사업장이다. HDC현산은 법적절차를 통해 시공권을 사수하겠다고 반발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물산은 조용히 해당사업장에 또 다시 시공능력평가 1위, 고객만족도 1위, 시가총액 1위, 품질지수 1위를 기재한 자사 플랭카드를 걸어두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를 수년 째 지키고 있어도 주택시장에서의 성적은 곤두박질 친 만큼 아웃풋이 나올 때라고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2020년 5313억원에서 작년 2513억원으로 52.7%나 급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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