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 석권···격전지 경기지사는 민주당 ‘승’
국회의원 재보선도 국힘 ‘판정승’···“민주당 심판, 국힘에도 경고”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6·1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지난 3월 대선 승리에 이어 4년 만에 지방권력까지 가져오면서 정부·여당은 정국 주도권을 쥐고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국민의힘은 12곳, 더불어민주당은 5곳에서 각각 이겼다.
◇오세훈, 전 자치구 과반 득표···경기지사는 0.15%차 진땀승부
승부처로 꼽힌 수도권에선 국민의힘이 2곳, 민주당이 1곳을 차지했다. 서울시장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9.05% 득표율로 39.23%를 얻은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4선에 성공했다.
오 후보는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과반을 득표했다. 특히 강남(74.38%)과 서초(72.31%)에선 7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용산(64.93%), 송파(64.69%), 성동(60.90%), 강동(60.56%), 영등포(60.06%)에서도 60% 이상 득표율을 보였다.
개표 막바지까지 혼전을 거듭하던 경기지사 선거는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49.06%를 얻으며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 신승을 거뒀다. 두 후보간 득표율 격차는 0.15%에 불과하다. 김은혜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완주한 강용석 후보는 0.95%를 얻었다.
시군별 득표율을 보면 김동연 후보는 수원, 의정부, 안양, 부천, 광명, 안산, 고양, 의왕, 남양주, 오산, 화성, 시흥, 군포, 파주에서, 김은혜 후보는 성남, 평택, 양주, 동두천, 과천, 구리, 하남, 여주, 이천, 용인, 안성, 김포, 광주, 포천, 연천, 양평, 가평에서 각각 우위를 점했다.
인천시장 선거는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51.76%)가 현직 시장인 박남춘 민주당 후보(44.55%)를 꺾었다. 유 후보는 10개 자치구군 중 계양을 제외한 9곳에서 승리했다. 송도신도시가 있는 연수구에선 최고 득표율인 55.30%를 얻으며 38.77%에 그친 박 후보를 압도했다.
비수도권 지역에선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이겼다. 충청권은 대전시장 이장우(51.19%), 세종시장 최민호(52.83), 충북지사 김영환(58.19%), 충남지사 김태흠(53.87%) 등 국민의힘 후보가 싹쓸이했다.
국민의힘은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도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대구시장 홍준표(78.75%), 경북지사 이철우(77.95%), 부산시장 박형준(66.36%), 경남지사 박완수(65.70%), 울산시장 김두겸(59.78%) 후보가 각각 압승했다.
호남권은 강세를 보이는 민주당이 석권했지만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국민의힘도 10% 이상 득표율을 올렸다. 광주시장 강기정(74.91%), 전북지사 김관영(82.11%), 전남지사 김영록(75.74%) 후보가 각각 상대 후보를 여유있게 제쳤다. 강원지사는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54.07%), 제주지사는 오영훈 민주당 후보(55.14%)가 당선됐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7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기존 민주당 지역구 1곳을 뺏어오며 판정승했다. 국민의힘은 기존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이인선), 성남 분당갑(안철수), 충남 보령서천(장동혁), 창원 의창(김영선)을 지켰고,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이 강원지사 출마로 공석이 된 강원 원주갑에서도 박정하 후보가 이겼다. 민주당은 인천 계양을(이재명), 제주 제주을(김한규)에서 승리했다. 이에 따라 국회 의석수는 국민의힘 114석, 민주당 169석으로 재편됐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우위를 보였다. 전국 시군구 226곳 중 국민의힘 145곳, 민주당 63곳, 무소속 17곳, 진보당 1곳에서 승리했다. 서울은 25개 구청장 중 국민의힘이 17곳, 민주당이 8곳을 가져갔으며 경기는 31개 기초단체 중 국민의힘 22곳, 민주당 9곳에서 승리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중앙에 이어 지방정부까지 권력 교체가 이뤄졌다. 2018년 광역단체장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제외한 14곳에서 압승했다. 당시 기초단체장 선거도 민주당이 서울 자치구 25곳 중 24곳을 석권했으며 경기 기초단체 31곳 중 29곳에서 이겼다. 4년 만에 상황이 반대가 된 것이다.
◇ "국정안정론·민주당 심판 선택"···당정 국정과제 추진 탄력 '관측'
국민의힘이 압승한 것은 국민들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치러졌다. 여야는 각각 국정 안정론과 견제론을 내세워 표심에 호소했는데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안정론에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맞붙은 지난 3월 대선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높아졌다.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섰던 인천과 세종은 지지율이 뒤집혔고, 이 후보가 5.32% 앞섰던 경기는 0.15%로 좁혀졌다.
이에 따라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당정이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여러분의 확실한 신뢰 덕분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지방 구석구석까지 확실하게 집행해 나갈 동력을 얻었다”며 “국민의힘은 각 지방 맞춤형으로 말씀드린 공약들과 함께 국정과제를 실천하여 민생의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확실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민생, 경기회복을 위한 규제 개혁, 일자리 창출 지원 입법을 마련하고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 등 국민의 삶과 국가 미래에 필요한 일들을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대선 이후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도 이번 선거에 반영됐단 분석도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과 절망감이 투영된 선거였다”며 “윤석열 대통령 효과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다수가 현직에 있었음에도 선방하지 못했다. 거대 정당인 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띤 선거”라고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국민의힘이 압승했으나 최대 승부처인 경기지사 선거에선 민주당이 이긴 것에 대해선 “국민의힘에 대한 경고이다. 국민의힘이 잘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결과”라며 “절대 자만하지 말란 의미가 담겨있다. 만약 이 결과를 그냥 원만한 승리로 인식한다면 언제든지 심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유권자의 준엄한 경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