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중 둘째까지 낳은 사실혼 여성에게 돈 빌린 뒤 잠적
피해자 공황장애 호소···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로 양육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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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중견 변호사가 혼외 출산을 하고도 수년째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양육자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데, 이 변호사는 연락도 끊은 채 법적 절차에 일체 응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중견 변호사 A씨는 2015년 한 주식회사에 입사해 재직 중 B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A씨는 혼인상태였지만 B씨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 B씨는 2018년 1월 첫째를 출산을 했다. 하지만 이 아이는 같은 해 4월 숨졌다.

두 사람은 다시 아이를 가졌다. A씨는 2019년 1월 B씨에게 총 1억1680만원을 빌린 뒤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됐다. B씨는 같은 해 3월 둘째를 출산했다. B씨는 둘째가 A씨의 친생자임을 확인하고 양육비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소장을 받고도 절차에 응하지 않았다.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변론기일에도 불출석했다. 법원이 둘째아이와의 유전자검사를 명령했지만 불응했고, 과태료처분에도 수검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둘째 아이가 A씨의 아이임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동거기간 웨딩 촬영을 한 점, 사실혼관계 유지 중 첫째를 출산하고 사진촬영을 한 점, 둘째 임신 당시 만삭 사진 촬영을 하고 B씨에게 자필 편지를 쓴 점, 유전자검사를 회피하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에게 둘째아이의 과거 양육비 3000만원과 장래 양육비로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매달 100만원씩 B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21년 12월 확정됐다.

A씨는 확정판결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빌려간 1억1680만원에 대한 대여금 소송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의 지급명령 결정도 내려졌다.

B씨는 소송과정에서 A씨가 법률혼을 유지하고 있었고 아이가 3~4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애기 아빠가 이혼한 줄 알고 있었으나 아니었다. 둘째와 출생일이 얼마 차이나지 않는 아이가 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B씨는 양육비지급 이행 절차가 있음에도 사적인 신상공개를 선택했다. 양육비미지급자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사이트에 제보를 결심한 것이다.

그는 “친자 인지와 양육비 소송도 오래 걸렸다. 공익활동을 하는 변호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진행할 수 있었다”며 “첫 애를 잃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오래 받았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데 양육비지급 이행 절차를 이용할 여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개인파산 절차도 밟고 있다.

실제 현행 양육비지급 이행 절차는 무력화 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재산명시, 재산조회, 직접지급명령, 담보제공명령, 이행명령, 압류명령, 감치명령 등 절차를 밟을 순 있으나 최대 수년이 걸린다. 이행강제를 위한 출국금지·명단공개·형사처벌은 채무자가 ‘감치’ 처벌을 받은 이후에 시행된다. 이마저도 채무자가 주소지 이전 등을 통해 절차를 지연시키는 사례가 빈번하다. A씨 역시 위장전입 상태라고 B씨는 말했다.

B씨는 법조인인 A씨가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윤리위반 제소를 검토했으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철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사의 징계절차는 형사절차에 준하는 것으로 형사법 내지 질서법에 위반되는 행위가 있는 경우 요건이 된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복수의 변호사단체 관계자들은 “양육비 미지급이나 사실혼 부당파기와 같은 민사적 문제로 징계에 착수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B씨는 “A씨는 교육기관 성희롱·성폭력 외부 자문위원을 맡고, 2020년 소득신고액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등 수임활동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법조인이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e는 ▲사실혼 관계유지와 둘째아이와의 친생자관계를 인정하는지 ▲유전자검사 등 재판절차에 응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법원 확정 판결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 위반 여부와 법조인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비판에 대한 반론이 있는지 ▲대여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묻고자 A씨에게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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