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FIC 과제와 8개 BIC 과제, mRNA 플랫폼 기술 활용 등 총 14개 과제 진행
“비임상 파이프라인 3개 중 최소 1개 내년 임상 진입 목표”···출범 5년 만에 가시적 성과 여부 관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GC녹십자 RED 본부가 제약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별동대 성격의 조직인데 희귀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14개 과제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RED 본부는 SSADHD 치료제와 aTTP 치료제 개발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의 연구개발 조직은 개발본부와 의학본부, RED 본부, MSAT본부, 사업개발본부로 구성돼 있다. 이중 부서명이 독특한 RED는 초기 연구개발을 뜻하는 ‘Research & Early Development’의 줄임말이다. 당초 RED 본부에 대한 구상은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허은철 대표는 지난 2018년 RED 본부가 공식 출범하기 1년 전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자체 컨설팅을 진행했다. 컨설팅 결과, 허 대표는 GC녹십자 주축인 혈액제제 및 백신 사업과 성격이 다른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한 독립적 연구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RED 본부는 기존 연구조직과 별도로 신약후보물질 발굴에서 초기 임상까지만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종의 신약개발 정예팀이며 별동대 성격의 조직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7월 1일 출범한 RED 본부는 산하에 물질도출(Discovery) 유닛과 플랫폼(Platform) 유닛, 응용 과학기술(Applied science and technology) 유닛을 두고 있다. RED 본부는 현재 정재욱 본부장이 총괄하고 있다. 물질도출 유닛 책임자는 최근 영입된 이한주 유닛장이다. 플랫폼 유닛과 응용 과학기술 유닛은 문재훈 유닛장과 홍정운 유닛장이 각각 담당한다. 현재 본부 191명 인력 중 87%인 166명이 석박사급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연구개발 효율성과 속도를 높이는 것이 RED 본부 목표”라며 “후보물질의 개념 검증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실패 위험이 높은 약은 과감히 포기하고 가능성이 높은 약을 골라내 개발하는 ‘퀵 윈-패스트 페일(quick win, fast fail)’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과정에 있어 비임상부터 임상 1상까지 초기 비용은 임상 전체 투자금액의 10% 미만이다. 투자금액이 늘어나는 임상 2상과 3상 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후보 물질을 신속하게 잘라내 기회비용을 줄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RED라는 본부 명칭은 신약후보물질 중 실패 확률이 높은 경우 레드카드를 내밀어 퇴장시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재 RED 본부는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의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이하 FIC),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이하 BIC) 약물 개발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GC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에 몰두하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Evaluate Pharma에 따르면 희귀질환 치료제는 개발 착수부터 임상 2상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3.9년이다. 일반 치료제가 5.4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1.5년이 빠르다.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성장률은 11.3%다. 일반치료제 성장률 5.3% 대비 약 6% 높다. 희귀질환 계열 내 FIC 제품의 경우 시장 선점 기회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계열 내 후발주자 임상 기간은 FIC 제품 대비 평균 1.5배~2배 소요된다. 이는 빠르게 선점한 희귀질환 치료제가 회사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RED 본부는 현재 총 14개 R&D 과제를 진행 중이다. 이중 5개 과제가 희귀질환의 FIC 프로젝트다. 특히 GC녹십자가 집중하는 FIC 혁신신약은 ‘SSADHD(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 치료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SSADHD는 유전자 결함에 따른 효소 부족으로 인해 열성 유전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라며 “이 질병은 100만명 중 1명 꼴로 만 1세 전후 발병하는데 현재 치료제가 없어 증상 완화를 위한 항경련제 처방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7월 미국 스페라젠사와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 SSADHD 단백질 생산 관련 특허 권리를 받았다. ‘헌터라제’ 등을 통해 검증 받은 효소 치료제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후 제제 개발부터 임상, 바이오마커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페라젠은 미국 현지에서 FDA(식품의약국)와 Patient Focused Drug Development(PFDD) 절차를 통해 임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RED 본부가 진행하는 BIC 혁신신약 과제는 8개다. 회사는 이중 ‘aTTP(후천성 혈전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aTTP는 희귀 혈액응고 질환으로 후천적 자가 면역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매년 7500여명 환자가 발병한다. GC녹십자가 개발하는 aTTP 치료제는 표준 치료제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14번째 과제는 mRNA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이다. GC녹십자는 서울대학교 AI연구원과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 mRNA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AI 플랫폼을 접목하는 등 R&D 시너지를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운영 중인 비임상 파이프라인 3개 중 최소한 1개는 내년 중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RED 본부 출범 5년을 맞는 내년에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RED 본부 출범 당시 2023년까지 4개 이상 신약 임상을 승인 받는 것이 목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4년 전 의욕적으로 출범했던 본부가 내년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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