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시리즈C 투자 난항 예고···줄어드는 이용자수도 문제
공정위 현장조사 마쳐···개인정보유출·가품·반품비 등 논란 수면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적자를 키우며 이커머스식 경영을 펴왔던 명품 커머스 플랫폼 발란이 유튜브 채널 네고왕에 출연한 이후 각종 논란을 빚으며 맥을 못추고 있다. 최종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시리즈C 투자를 진행해온 발란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투자 계획을 상당수 철회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마저 발란 등을 돌린 상황에서, 발란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모인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명품 커머스 플랫폼 발란은 각종 논란에 휩싸여 신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발란은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재무적 투자자들은 발란이 기대하는 수준의 4분의1 정도로 기업 가치를 평가해 투자 유치 논의를 벌였지만 발란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투자 유치가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 발란은 이번 시리즈C 투자 유치에서 기업가치 8000억원을 평가받고 최종적으로 IPO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일부 투자자들은 8000억원보다 낮은 1500억~2000억원이 적정수준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 최근 실적 및 명품 커머스 플랫폼 빅3 거래액. / 자료=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발란 최근 실적 및 명품 커머스 플랫폼 빅3 거래액. / 자료=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그동안 발란은 2019년 12월 메가인베스트먼트·SBI인베스트먼트·위벤처스·JB자산운용·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듬해 네이버가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해 10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는 발란이 32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당시 최형록 발란 대표는 “발란은 명품은 백화점에서만 사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며 “고객 편의와 상품 다양성 등 백화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발란의 장점을 고객들이 알아주며 급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발란은 지난달 말 유튜브 채널 네고왕에 출연한 이후 이미지가 추락했다. 네고왕에서 최형록 발란 대표는 업계 최초로 명품 브랜드 제품을 17% 할인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방송 직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발란이 할인 쿠폰을 제공하기 전에 제품 가격을 대폭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과거 논란을 빚었던 발란의 소비자 개인정보유출 사건, 과도한 반품비, 가품 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며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소비자들의 발란 플랫폼 이탈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발란 앱 이용자 수는 지난달 25일에서 이달 1일까지 28만4672명을 기록했다. 네고왕 출연 이후 발란 이용자수는 크게 늘었으나 각종 논란을 빚은 직후인 이달 8일에는 21만2146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네고왕 방영 이전(23만9512명)보다도 적은 수치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법(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최근 발란을 비롯해 머스트잇, 트렌비 등 명품 플랫폼 본사를 찾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 측은 해당 진행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공정위는 현장조사 이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명품 플랫폼 측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다. 심사보고서는 검찰 공소장에 해당하며, 이를 받은 플랫폼은 공정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어 의견서를 검토, 제재 수위를 정하게 된다.

발란 관계자는 “공정위 현장 조사 당시 그간 명품 플랫폼 업계에서 문제됐던 부분을 모두 소명했다”며 “현재 투자 유치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원활하게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발란과 같은 커머스 플랫폼은 고객 신뢰를 잃는 것은 곧 경쟁력을 잃은 것과 같다며 이번 이미지 실추를 어떻게 개선시키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커머스 관계자는 “사업 특성상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면서 “IPO도 전에 투자 단계에서 이용자수까지 잃으면 매각을 고려해야할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발란이 시리즈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 당분간 신규 투자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대하며 외형 확장에 한창인 만큼 네고왕 출연 이전 만큼의 이미지를 다시 만들어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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