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대전공장, 2011년 허가 없이 20t/h 규모 보일러 설치
무허가 ‘신설’ 이유로 행정재제···한솔제지 측 “허가 예외인 증설”
“9년 전 설비 제재는 비례원칙위반···자체 생산 및 소비가 더 효율적”

한솔제지 대전공장 내부. / 사진= 한솔제지 홈페이지 갈무리.
한솔제지 대전공장 내부. / 사진= 한솔제지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 내 위치한 공장에 별도의 허가 없이 보일러를 설치해 이용했다는 이유로 원상복귀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은 한솔제지가 이 처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31일 한솔제지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를 상대로 낸 ‘원상회복명령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산업부)가 2020년 10월24일자로 원고(한솔제지)에게 내린 원상회복명령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솔제지는 지난 2011년 대전시 대덕산업단지 내 위치한 대전공장에 시간당 20t 규모의 스팀을 생산해내는 보일러를 설치(가로 6m, 세로 5m, 높이 8m 규모)했다. 펄프 원료 해리(물과 섬유를 분리하는 건조작업) 과정에 필요한 열(스팀)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이다. 한솔제지는 이 사건 보일러를 포함해 총 393㎡ 규모의 보일러를 가동 중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대덕산업단지가 1999년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지역냉난방을 의무로 사용해야 한다. 지역냉난방 외의 열 생산시설을 사용할 경우 별도로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벌칙과 원상회복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산업부는 대덕산업단지내 집단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업체로부터 진정을 받고 조사 끝에 한솔제지의 보일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지난 2020년 9월 원상회복 명령 사전통지를, 같은 해 10월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한솔제지 측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추가로 설치한 보일러는 집단에너지법상 허가 사항인 ‘신설’이 아니라 허가 예외 사항인 ‘증설’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한솔제지 대덕공장은 대덕산업단지가 1999년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 지정되기 5년 전인 1994년에 설립돼 운용하던 보일러가 있었다.

재판과정에서 또 한솔제지 측은 증설 여부에 대한 지식경제부의 회신을 신뢰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1월17일자 국민신문고 지식경제부 답변에는 ‘귀 사업장의 시설이 집단에너지공급대상지역 지정 전에 설치된 것이라면 개설 및 증설의 경우 허가 대상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한솔제지는 보일러 운영 중단시 30억원의 비용이 지출되고, 증설 후 상당기간(9년)이 도과해 비례원칙에 위반되는 행정처분이라는 주장도 함께 펼쳤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대덕산업단지가 집단에너지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직후 IMF사태로 입주 철회 기업들이 많아졌다. 집단에너지사업자였던 한국에너지공단이 스팀 사용이 많은 한솔제지에게 적극 스팀 구매할 것을 독려했고, (회사는) 정부정책에 협력했다”며 “2005년 집단에너지사업부문 민영화가 이뤄졌고, 조달원가가 낮아졌음에도 (집단에너지 공급업체가) 열수요자에게 높은 요금을 고수해 원가부담이 높아진 배경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0년대 고가의 스팀 구매비용에 따른 원가부담이 감당하기 어렵고, (공급업체는) 열공급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높은 가격을 강요했다”며 “원가를 낮춰 제품의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방편으로 다시 스팀을 자체 생산 및 소비하는 방안을 고민한 것이다”고 부연했다.

한솔제지 측은 집단에너지 공급업체로부터 스팀을 구매하는 것보다 공장 내 보일러 증설로 스팀을 자체 생산하고 소비하는 효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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