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기업대출에 ‘올인’···1Q 2.4조 급증
가계대출 전망 불투명···기업대출 확보 '전쟁'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국민은행이 지난해 신한은행에 내줬던 시중은행 기술신용대출 1위 자리를 올해 1분기 다시 되찾았다. 국민은행은 올해 기업대출 확대에 집중하면서 기술신용대출도 크게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작년에 가장 많이 늘렸지만 올 1분기엔 규모가 감소했다.
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올해 3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6조8284억원으로 작년 12월 말(44조4234억원)과 비교해 약 5%(2조4050억원) 늘었다. 그 결과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기술신용대출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신한은행이 대출을 빠르게 늘리면서 국민은행을 2조원이 넘는 차이로 밀어내고 1위 자리를 최초로 차지했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잔액이 약 2000억원 줄면서 1위 자리를 국민은행에 내줬다.
기술신용대출은 부동산 등 유형자산을 담보로 하는 기존의 대출 방식과 달리 지적재산권(IP), 기술력 등 기업의 무형 자산을 담보로 중소기업에 제공된다. 담보로 잡을 건물·토지는 없고 신용도도 낮지만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은 일반신용대출보다 낮은 금리와 더 많은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이 올해 기업대출 성장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중소기업에 내주는 기술신용대출도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의 모기업인 KB금융지주는 올해 그룹 전체가 기업금융에 힘을 쏟기로 정했다. 최근 금리 상승과 정부의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을 비롯한 소매금융 시장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그룹 방향에 맞춰 기업대출 성장 목표치를 지난해 증가율 대비 200%로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시중은행 가운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에 새로 내준 물적담보대출의 평균금리도 3.52%로 두 번째로 낮았다. 그 결과 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에만 전체 기업대출 잔액이 3.4% 급증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기업대출을 크게 늘려 실물 경제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고 은행의 대출자산 성장도 이룰 것"이라며 "특히 포용적 금융의 의미를 가지는 기술신용대출은 계속 늘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기술신용대출을 확보하기 위한 시중은행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도 올해 기업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신용대출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취지가 더 크지만, 동시에 중소기업을 상대로한 영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이 올해 들어서도 기술신용대출을 계속 빠르게 늘린 이유다. 우리은행의 올해 3월 말 기술신용대출 잔액(44조4563억원)은 작년 말에 비해 5.5% 늘면서 증가율로는 1위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이 1분기와 같은 증가세를 이어간다면 2위 자리도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가장 작은 하나은행(39조24억원)도 같은 기간 5%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더 나은 대출 조건을 찾는데 분주한 상황"이라며 "시중은행이 기술신용대출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 은행을 옮기는 중소기업 고객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