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03명 원숭이두창 확진···23일 만에 22개국 확산
WHO “코로나19보다 전염력 낮고, 백신·치료제 이미 시판”
전문가 “확산 시작되면, 팬데믹 못 막아···대응 강화해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전 세계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400명을 돌파하면서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보다 전염력이 낮아 팬데믹 가능성이 낮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판단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각국에 방역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9일 글로벌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원숭이두창 환자는 27일 기준 403명에 달한다. 지난 6일 영국에서 첫 감염 사례가 보고된 이후 23일 만에 21개 국가로 확산됐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유사한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발열과 두통, 근육통, 수포성 발질 등 증상이 2~4주간 지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확진자가 가장 많이 보고된 국가는 영국과 스페인으로, 현재까지 106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두 국가를 필두로 유럽 전역에선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고 있다. 포르투갈(74명), 독일(21명), 이탈리아(1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유럽을 넘어 북미, 중동, 남미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미국 9명, 캐나다에선 2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중동에서도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에서 각 1건, 남미는 아르헨티나에서 2건의 원숭이두창 환자가 보고됐다.
이처럼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지만, WHO는 원숭이두창에 대해 다소 안일한 입장이다. 실비 브라이언드 WHO 글로벌 감염 대응국장은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관련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달라 대규모 전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다르게 공기 중 전파는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은 신체 접촉이 잦은 사람과 피부 발진 등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또 바이러스가 묻은 옷과 침구류 접촉으로 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WHO는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두창은 치료제와 백신 등이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덴마크 바이오기업 바바리안 노르딕이 개발한 원숭이두창 백신 ‘진네오스‘는 2019년 미국에서 유일하게 원숭이두창용으로 허가받았다.
해당 백신은 이미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온 유럽 주요국을 중심으로 구매가 활발한 상태다. 현재 확진자가 가장 많이 보고된 영국과 스페인도 최근 백신 구매 계획을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의 주장은 다르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풍토병이었던 원숭이두창이 유럽·북미·중동·중남미 등 다른 지역에서 연이어 발견되는 만큼, 펜데믹을 막기 위해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배웠듯, 백신이 있어도, 일단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면 팬데믹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해외 입국자를 통한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보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질병청은 당장 원숭이두창 백신 구매 계획은 없지만, 국내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