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또 인상···추가 인상으로 연말 2.50% 전망
물가상승률 4.5% 전망···“물가 상승에 금리 인상 불가피”
물가 상승·가계 이자 부담 가중···“경제 전반 영향 미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정부가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또 인상하며 물가 잡기에 나섰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수차례 더 이어져 연말엔 2.50%까지 오를 전망이다. 물가 상승에 가계 이자 부담이 겹치면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연 1.50%였던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4월 1.5% 인상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인상을 단행한 것은 2007년 7월 이후 15년 만이다.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한국 경제전략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7·8·10월 세 차례 0.25%포인트씩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2.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공격적인 통화 긴축보다 정책금리의 정상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도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최근 기록적인 물가 상승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올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으로 전년 동기보다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 세계 금융위기(4.8%) 이후 최고치다.

금통위도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3.1%에서 4.5%로 대폭 상향 조정했고, 경제성장률은 3.0%에서 2.7%로 낮췄다. 물가상승률 전망치 4.5%는 2008년 7월 4.8%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로 전망됐다.

이처럼 한은이 연말까지 세 차례 0.25%포인트씩 올리면, 현재 1.75%인 기준금리는 0.75%포인트 높아진다.

국내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가게 된다.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의 가격 조정과 대출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천752조7천억원에 달한다. 같은 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의 77%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는데, 대출금리 또한 0.25%p 오를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4000억 수준으로 오르는 셈이다. 기준금리가 2.50% 수준으로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 역시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으로 서민 가계 부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산돼 금융 불안정이 커지면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연초보다 물가가 1% 이상 오른 만큼, 시장이 생각하는 연말 기준금리가 연 2.25~2.5%까지 오르는 것은 합리적인 기대“라고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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