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증권사 중 한투·키움증권만 본사 사옥 매각 대신 보유 선호
자본확충보다 업무효율화 선택···대신·교보증권은 임대료 수입 비중 높아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수년 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자본확충 차원에서 잇따라 본사 사옥을 매각하면서 '자가'인 증권사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모든 증권사들이 사옥매각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대신증권과 교보증권 등은 사옥매각에 보수적이다.
대형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사옥 매각을 통한 자본확충보다 업무효율화를 위해 현 사옥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신증권과 교보증권의 경우 임대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선뜻 매각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 ‘자가’ 대형증권사 한투·키움證만 남았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각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신한금융투자의 사옥매각이 완료되면 국내 9개(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메리츠·NH·KB·신한·하나·키움) 대형증권사 가운데 본사 사옥을 보유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만 남는다.
한국투자증권 본사는 여의도역 사거리인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88에 지하5층, 지상 20층, 연면적 6만1750㎡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건축 당시 호텔로 설계했다가 인근 주민의 반대 여론으로 오피스빌딩으로 변경됐고 한국투자증권은 1993년 12월 입주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사세 확장에 따라 직원 수가 계속 급증하면서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본사 사옥에 공간이 부족하기에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 직원 2000명 가량만 본사 사옥에 근무하고 있고 자회사 직원들은 타 건물을 임대해 근무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사옥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일각에서는 숫자 8이 중국에서 길한 번호로 여겨지는데 사옥 주소가 88이기에 한국투자증권이 풍수지리상 사옥을 매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농담도 나온다.
키움증권 역시 사옥매각에 전혀 뜻이 없는 증권사다. 2000년 설립된 키움증권은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 건물 2개 층을 임대해 시작했는데 이후 사세가 급격히 커졌다. 유진투자증권 사옥을 추가로 임대했다가 부족해지자 2005년에는 여의도 유화증권 건물 6층을 임대했다.
키움증권은 이후에도 직원 수가 급격히 늘자 2009년 삼성투신 등이 쓰고 있던 한국거래소 뒤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4길 18 건물을 매입했다. 이후 세입자들을 다 내보내고 키움파이낸스스퀘어로 리뉴얼해 2014년 입주했다. 키움증권 역시 사세 확장으로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1층 커피숍을 내보내고 직원용 공간으로 바꿨다.
키움증권 역시 사세 확장을 이룬 현 입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현 사옥을 허물고 고층으로 재건축 한 다음 다시 입주하는 안도 고려 중이지만 확정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대형증권사들은 최근 3~4년 동안 사옥을 매각했다. 매각 배경은 자본확충이다.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사옥을 매각한다면 매각가와 장부가액 차이가 영업외수익에 반영되면서 일시적으로 당기순이익도 늘어난다.
◇ ‘월세’ 포기 힘든 대신·교보證
대형증권사가 아닌 중소형 증권사로서는 사옥매각을 통한 자본확충보다 임대수익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신증권과 교보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임대료 수입 1, 2위를 다투는 증권사다. 지난해 대신증권은 198억원을, 교보증권은 100억원을 임대료로 거뒀다.
대신증권은 1985년 서울 명동 사옥을 매각하고 여의도로 본점을 이전했다가 2013년 다시 사옥을 매각하고 2016년 명동으로 돌아갔다.
대신증권은 명동 중앙극장 터에 912억원을 투자해 신사옥 대신파이낸스센터를 건축했다. 지하 7층부터 지상 26층으로 구성됐으며 연면적은 5만3328㎡에 이른다. 대신파이낸스센터 덕분에 대신증권은 2017년부터 국내 증권사 임대료 수입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교보증권 역시 사옥 임대료 수입이 짭짤한 증권사로 꼽힌다. 교보증권 사옥은 지하철 5, 9호선과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으로 카페, 은행, 병원 등 다양한 업종의 임차인이 입주해있다.
대신증권과 교보증권 외에도 신영증권, 유화증권도 사옥을 통한 임대료 수입이 전체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사로 꼽힌다. 유화증권의 경우 임대료 수입이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본업이 증권업이 아닌 부동산 임대업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본사 사옥을 매각한 증권사라도 지점이 사옥을 보유하거나 재임대를 통해 임대료 수입을 거두기도 한다. KB증권의 경우 2018년에 사옥을 팔고 한국교직원공제회 더케이타워에 입주했지만 지방 지점들이 거두는 임대료 수입이 연 7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