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입법예고 “공직후보자 인사정보 수집·권한 법무부로”
정부조직법 규정한 법무부장관 권한 밖···“상위법에 반하는 내용”
“법률상 제한 우회해 국회 입법권 침해”···법률개정 이어질지 주목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혁신 장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혁신 장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윤석열 정부가 법무부 직속으로 공직자 인사검증조직인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겠다는 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인사추천과 검증, 책임을 다수 기관에 분산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정부조직법을 위반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사혁신처·행안부·법무부는 지난 24일 공직후보자등에 대한 인사정보의 수집·관리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게 위탁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와 그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일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 장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인사 검증 기능을 하는 것이 골자다. 법무부는 비(非)검찰·법무부 출신을 초대 인사정보관리단장으로 임명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은 검사 최대 4명이 포함된 약 20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는 청와대의 검찰 장악이라는 폐단을 없애고자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던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에게 공직자 인사 정보 수집과 관리검증의 권한까지 몰아준 모양새다. “한 장관 임명으로 법무부가 검찰을 장악한 데 더해 인사권, 정보권까지 직할체제로 만들었다”(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주장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적 해석과 별개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부조직법에 위반되는 입법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조직법 제32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권한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등의 사무’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사검증의 정보수집 및 관리 권한은 인사혁신처(같은 법 제22조의3)의 업무다. 국가공무원법(19조3) 역시 선출직 공무원을 제외한 정부 공직 후보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인사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업무는 인사혁신처장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인사혁신처장은 ‘공직 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10조의 2에 따라 이 권한을 대통령비서실장에게만 위탁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민정수석실이 인사검증을 해왔을 뿐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령안에서 인사혁신처의 권한 위탁대상 기관에 ‘대통령비서실장 외 법무부 장관을 추가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이를 피해갔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개정령안은 정부조직법이 규정한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넘는 것이고, 상위법에 반하는 내용이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실질적 권한이 넘어가는 것으로 위법한 입법이라는 주장에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조직법이 사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하지 않고 사무범위를 넘어서 위탁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크다. 법률상 제한을 우회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다”며 “국회가 인사검증의 권한을 명시하는 등의 법률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민변 사법센터도 논평을 통해 “개정령 안에 따르면 법무부에 국방부 소속 현역 장교, 국정원 직원, 감사원 소속 공무원도 둘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된다. 법무부 장관이 국정원·국방부·감사원에 분산돼 있던 인사 정보와 정책 정보, 치안 정보까지 수집하면 무소불위의 기관이 될 것이다”며 “공직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 검증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반드시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항은 국회에서 법률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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