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3년간 영업적자 종료 원인···작년 올리고 사업 매출 865억원
에스티팜, 제 2공장 최신식 설계···mRNA 백신 ‘STP2104’, 8월 임상 1상 완료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전문경영인 김경진 대표 체제의 원료의약품 업체 에스티팜이 지난 2020년까지 3년간 영업적자를 떨치고 지난해부터 매출 증가와 영업흑자를 실현하고 있다. 이같은 실적 개선 원인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활용한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으로 분석된다. 이에 에스티팜은 올해도 올리고 생산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이사 사장은 연구통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1963년생인 그는 서강대 화학과 학사에 이어 서강대 대학원 화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텍사스 A&M 유니버시티 이학박사, UC버클리 박사 후 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1998년 로슈 연구소에 입사하며 제약업계에 입문한 그는 2012년 로슈 수석연구원으로 올라섰다. 2013년 에스티팜에 합성1연구부장(상무)으로 영입된 김 대표는 2016년 연구소장(전무)으로 승진했다. 2017년 3월 기존 임근조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를 맡은 그는 2018년 5월 임 대표가 사임한 후 단독대표로 에스티팜을 경영했다. 2020년 3월에는 연임을 기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017년 당시 김 대표는 에스티팜에서 버츄얼 R&D 전략을 도입, 3년 만에 대장암치료제, 경구용 항응고제, 에이즈치료제, 인플루엔자치료제, 근육노화치료제 등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데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아 대표에 취임할 수 있었다”며 “간단히 말하면 그는 연구통이자 신약개발 전문가”라고 말했다.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인 에스티팜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1656억원 매출을 달성, 전년대비 33.5%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5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어 올 1분기 370억원 매출을 올려 35.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억원를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에스티팜은 특정 제약사 특정 품목 원료 생산에 주력하다가 해당 품목 제조가 중단되며 거래처를 잃고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을 겪었다”라며 “한 때 연매출 2000억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했다가 부진이 시작된 에스티팜은 2018년 반월공장 부지에 제1 올리고동을 신축하며 본격 진행한 올리고핵산치료제 원료 올리고를 활용한 CDMO 사업으로 제 궤도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스티팜의 올리고 사업 매출은 지난해 865억원이다. 지난 2020년 452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 위주로 개발되던 올리고핵산치료제가 만성질환으로 그 개발 영역이 넓어지면서 올리고 원료 수요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올리고핵산치료제 시장은 2021년 71.5억달러(8조 5000억원)에서 2026년 188.7억달러(22조 4000억원)으로 연평균 21.4%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와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 원인에는 에스티팜의 해외 CRO(임상시험 수탁기관) 매출 호조도 포함된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지난 2019년 12월 스위스와 스페인에 소재한 CRO 업체 두 곳을 인수한 후 사명을 ‘아나패스’로 변경, 현재 경영하고 있다”며 “이들 업체가 지난해 중반부터 흑자를 보이며 올 1분기 총 150억원 매출을 달성한 것이 에스티팜의 연결 기준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에 에스티팜은 올해 사업계획도 올리고 CDMO 사업에 맞춘 상태다. 기존 캐시카우인 올리고 CDMO 생산 안정화와 추가 수주 확보를 위한 전략적 시설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반월공장에 5~6층 높이 제2 올리고핵산치료제 원료 공장을 신축하고 4~6개 대형 생산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제 2공장의 최신식 설계 디자인부터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는 2025년 말 제2공장이 완공되면 올리고핵산치료제 생산능력은 연간 2.3t~7t(14mole/일)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회사측 전망이다.
에스티팜은 올해 신약 개발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해 6월 한미약품, GC녹십자 등과 함께 K-mRNA 컨소시엄을 조직, 국내 mRNA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상태다. 에스티팜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STP2104’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은 후 지난 3월 하순 돌입했다. STP2104는 변형된 뉴클레오시드를 기반으로 디자인된 mRNA 기반 백신이다. 자체 개발한 ‘파이브 프라임 캡핑 유사체’인 스마트캡을 사용해 효과를 향상했다. 에스티팜에 따르면 STP2104의 전임상 결과 항원 특이 결합항체 역가와 2차 접종 후 중화항체 역가 모두 기존 mRNA 백신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오는 8월 경 STP2104 임상 1상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회사의 백신 개발 역량을 입증함으로써 mRNA 기술 플랫폼 사업 구축을 견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엔데믹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백신의 시장 경쟁력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향후 에스티팜의 mRNA 백신 개발이 성공한다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mRNA 백신 외에 에스티팜이 공을 들이는 신약후보물질은 ‘STP0404’와 ‘STP1002’다. 에이즈 치료제인 STP0404는 HIV 인테그라제 효소의 비촉매 활성부위를 타겟으로 하는 퍼스트인클래스의 신규기전이다. 기존 에이즈 치료제(촉매 활성부위 타겟)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약물이며 재활성이 발생한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탁월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했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올해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항암제인 STP1002는 텐키라제 효소 저해제로 퍼스트인클래스의 작용 기전이다. K-RAS, N-RAS 돌연변이 유전자형 및 Erbitux에 대한 약제내항성을 극복하는 대장암치료제란 점이 특징이다. 지난 2019년 11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임상 1상 시험계획 승인 후 1상이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 때 수백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에스티팜이 꾸준한 연구와 시장분석을 통해 올리고라는 새 먹거리를 발굴했다”며 “최근 원료약 업체들이 사업다각화를 검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에스티팜은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