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 가계대출 규제 강화···소매금융 시장 위축
글로벌 투자은행과 협력, 외부 전문가 영입 등 IB 강화
은행도 기업대출 확대 '올인'···리딩금융 경쟁 '점입가경'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사진= 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리딩금융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투자금융(IB) 등 기업금융 영역에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금리가 크게 오르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소매금융 시장이 위축되자 기업금융이 한 해 실적을 보장해줄 영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최근 미국 글로벌 투자은행 제퍼리스의 브라이언 프리드만 회장을 만났다. 그룹 차원에서 IB 사업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KB금융은 제퍼리스와 손잡고 IB 부문 중 대체투자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 제퍼리스는 지난해 매출 기준 글로벌 IB 랭킹 8위, 글로벌 주식자본시장(ECM) 랭킹 7위를 기록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KB금융은 최근 IB 부문서 큰 성장을 이뤘다. 사업에 있어 핵심 자회사인 KB증권은 최강자의 위치를 유지하던 채권자본시장(DCM)에 이어 주식자본시장(ECM)에서도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카카오뱅크, 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급’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면서 낸 결과다. 올해는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대체투자 영역에서도 앞서 나간다는 전략이다. 

KB는 여신사업도 기업대출 확대에 전력을 쏟고 있다.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올해 기업대출 목표치를 지난해 증가율 대비 200%로 제시했다. 이에 국민은행은 작년 말부터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시중은행 가운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에 신규로 내준 물적담보대출의 평균금리도 3.52%로 두 번째로 낮았다. 그 결과 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에만 기업대출 잔액은 3.4% 급증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최근 IB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에 관련 사업에서 제퍼리스와 협력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윤 회장이 직접 프리드만 회장을 만났다”라며 “KB금융은 기업금융에서도 앞서가도록 그룹 전체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금융지주의 실적을 보장해준 소매금융 시장은 올해 전망이 어둡다. 금리가 크게 오르고 정부의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대비 1조5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이와 함께 위험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주식시장도 침체를 겪고 있다. 작년까지 이어진 재테크 열풍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에 증권사는 올해 리테일 부문의 브로커리지 수익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KB, 신한이 ‘리딩금융’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기업금융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셈이다. 두 금융지주는 올해도 살얼음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KB금융은 대손충당금을 적게 인식한 덕에 단 820억원 차이로 신한금융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도 기업금융에서 1등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고삐를 바짝 쥐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IB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3월 김상태 전 미래에셋증권 사장을 전격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투자금융(GIB) 총괄 대표로 선임한 것이다. 신한금투는 이영창 대표가 지휘하고 있었지만, I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 대표는 금융권의 대표적인 ‘IB맨’으로, 기업금융 특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신한은 인재영입을 바탕으로 올해도 그룹 IB 사업을 이끌고 있는 조직인 GIB의 실적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GIB는 조 회장이 2017년 취임한 직후 그룹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구축한 메트릭스 조직이다. GIB는 증권 계열사인 신한금투를 중심으로 은행, 카드, 보험, 캐피탈 계열사가 사업 성장을 위해 함께 참여한다. GIB는 매년 영업이익이 증가해 그룹 실적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지난해에도 1년 전보다 12.6% 증가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대출 성장 전략의 초점을 기업대출에 맞췄다. 그 결과 중소기업 대출은 작년 한 해 동안 12.8% 급증했다. 증가율로 보면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 다음으로 높은 기록이다. 또 신한은행은 올해 서울시금고로 선정돼 기업대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GIB는 올해도 그룹 실적 성장을 이끄는 조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신한금융은 IB와 기업대출 등 기업금융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그룹 순익 증가뿐만 아니라 실물 영역에 자금을 원활히 공급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