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SD, 가다실9 가격 8.5% 인상···2년새 25%↑
“가다실9 독점 해체하려면···국산 백신 상용화 절실”
SK바사·아이진, 코로나19로 HPV백신 개발 일시 중단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국내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가다실9’ 가격이 또 오르면서 접종비 부담이 커졌다. 국내 기업들이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가다실9과 같은 예방백신 개발은 대부분 중단돼 가다실9의 시장 독점 구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평가다. 

24일 국내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국MSD는 오는 7월부터 HPV 예방백신 ‘가다실9’의 공급가를 8.5%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15%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3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는 가다실9은 총 접종 비용이 60만원에 달해 접종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 20대 HPV 백신 접종률은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MSD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국가별 시장 상황, 원료 가격 등 전반적인 요인을 고려해 매년 적정가격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데, 최근 2년간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미국에서도 최근 몇 년간 평균 5~9%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종류별 HPV 예방 유형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재 국내에는 GSK의 서바릭스(2가), MSD의 가다실(4가)·가다실9(9가) 등 3종의 HPV 백신이 유통되고 있다. 복수의 연구 결과 이 중 HPV 유형 9개를 예방하는 가다실9이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가다실9 만큼 많은 HPV 유형을 예방하는 HPV 백신이 아직까지 없으니 MSD가 시장을 독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가격 인하를 위해선 국산 백신 상용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셀리드, 아이진 등이 HPV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 중 가다실9과 같은 예방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은 SK바사와 아이진이 유일하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HPV 백신 개발을 중단한 상황이다. 당분간 국산 HPV 예방백신의 상용화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현재로선 가다실9의 시장 독점 구도 해체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국산 HPV 백신 개발 현황 표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SK바사는 2019년 12월 방글라데시에서 HPV 백신 ‘NBP615’의 2상을 마쳤다. NBP615는 재조합단백질 방식으로, HPV 16·18형, 6·11형을 예방하는 4가백신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후반 임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주력해왔다.

SK바사 관계자는 "당장 코로나19 백신에 집중하고, 팬데믹 상황과 백신 개발 전략 등을 고려해 임상 3상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진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4년 1상 완료 후 HPV 백신 개발을 중단했다. 이후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진은 HPV 백신 개발을 재개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HPV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목적의 백신을 개발 중인 제넥신과 셀리드는 개발에 속도를 올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국내 자궁경부암 말기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2상에 착수한 제넥신은 오는 9월까지 2상을 완료해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제넥신의 HPV 치료 백신 ‘GX-188E’는 식약처의 ‘바이오챌린저’ 프로그램 지원 대상에 선정돼, 신속한 승인 절차를 통해 내년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궁경부암 면역치료백신 ‘BVAC-C’을 개발 중인 셀리드도 현재 2b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역시 제넥신처럼 2상 완료 후 조건부 승인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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