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사업장 포스코, 노조별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 분배 논란
포스코노조 중노위 상대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명령 취소소송 패소
포스코 사측도 13일 행정소송 1심서 패소···조합원 수 산정 방법 지적
재판부, 포스코 노조파괴 의혹 부른 ‘금속노조 대응방안 문건’도 언급

포스코 노동자. /사진=연합뉴스
포스코 노동자.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복수노조 사업장인 포스코가 노조전임자들의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을 노조별로 분배하는 과정에서 소수노조를 차별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지 일주일 만에 다수노조이자 단체교섭노조 역시 관련 노동조합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포스코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의 포스코지회와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노조)이 있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포스코 사업장 단체교섭노조이자 다수노조인 포스코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포스코노조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인정한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가 기각된 것이다.

이날 판결은 지난 13일 포스코가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같은 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에서 기각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행정법원 두 재판부는 포스코가 지난 2019년 포스코노조와 단체협약 체결하면서 소수노조인 포스코지회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방법으로 공정대표 의무를 위반했다고 확인했다.

교섭대표노조는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면서 모든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들을 공정하게 대표하고 이들을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되는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

◇ 노조별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 분배 과정서 갈등···소수노조에 3.4%만 배분

포스코는 지난 2019년 포스코노조와 단체협약 체결시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 제도 시행을 약속하면서, 그 한도를 연간 2만4200시간으로 정했다. 노동조합법은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노조전임자인 근로자가 임금의 손실 없이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 유지·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포스코는 2020년 7월1일 근로시간면제 한도 시간을 노조별로 배분하면서 그 기준을 같은 해 6월의 ‘체크오프 조합원 수’(노동조합이 조합원에게 징수해야 할 조합비를 회사 측이 임금 지급 전 미리 공제해 조합에 납부하는 것)로 정했다. 최종적으로 소수노조인 포스코지회가 통보받은 시간은 2만4200시간 중 830시간(약 3.4%)에 불과했다. 회사가 체크오프만을 기준으로 선별한 포스코지회의 노조원 수는 231명이었다.

이에 포스코지회는 노동조합 확정공고일(2018년) 당시의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을 배분해야 한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제기했다. 교섭요구노조 확정공고일 당시의 조합원 수는 포스코지회가 3137명(39.6%), 포스코노조가 4783명(60.4%)이었다.

지노위는 포스코지회의 신청을 기각했지만, 재심인 중노위는 포스코와 포스코노조의 공정대표의무위반을 인정했다. 사측과 단체교섭노조가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한 배경이다.

포스코노조의 청구를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판결문에서 “회사는 이 사건 제 1, 2 합의서가 유효함을 전제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분배했다”며 “그런데 제 2 합의서에는 ‘조합원 수’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규정하지 않고 있고, 제 2 합의서 체결 이후에도 포스코지회가 이의를 제기했던 점을 고려하면 조합원 수가 언제를 기준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산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제 2 합의서만으로는 노조 간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 분배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제 1 합의서에서 규정한 대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의 기준인 교섭참여노조 확정공고일 당시의 노동조합원 수에 비례해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을 분배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이 기준을 따르지 않은 것은 노동조합 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 자료=포스코지회 제공.
포스코 노무협력실 노사문화그룹 직원들의 지난 2018년 9월 회의문건 중 일부. / 자료=포스코지회 제공.

◇ 법원, ‘노조파괴 의혹’ 언급···“소수노조 조합원, 불이익 염려했을 가능성”

지난 13일 사측의 청구를 심리한 행정법원 행정3부 재판부 역시 소수노조 차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포스코의 노조파괴 의혹이 일었던 2018년 9월23일자 ‘금속노조 대응방안 문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문건은 50년 포스코 무노조 경영을 깨고 지난 2018년 8월 포스코지회가 공식 출범하자 포스코 노무협력실 직원들의 대책회의 내용이 담겼다는 문서다. 정의당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사측은 포스코지회를 강성노조로 규정하고 ‘근로자 권익과 무관한 활동을 다수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포스코지회는 사측의 노무협력실 소속 직원들의 금속노조 대응방안 문건 작성 등의 행위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사실이 있고, 회사는 포스코지회의 지회장과 사무장, 기획부장을 해고했다가 각 해고가 부당해고로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포스코지회 조합원들은 회사로부터 불이익한 처분을 받을 염려를 가지게 됐고 이로 인해 체크오프 신청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노조탄압을 이유로 현금 납부, 자동이체 등 방식으로 조합비를 납부하는 조합원들이 많기 때문에 체크오프만으로 조합원 수를 산정하면 안된다는 포스코지회 측 주장을 받아들인 대목으로 풀이된다.

◇ 소수노조, 포스코·다수노조 불법행위 주장하며 민사소송···‘차량지원’ 청구 이유는 사측 승소

포스코지회는 사측과 포스코노조의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 배분과 관련한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불법행위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두 노조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경우 ‘교섭참여노조 확정 공고일 당시 조합원수에 비례’해 근로시간면제시간을 배분하기로 한 합의 내용을 포스코지회 측에 공개하지 않았다(정보 미제공 공정대표의무 위반)는 이유다.

관련 행정소송 1심에서 사측과 포스코노조가 패소하면서, 민사소송에서도 포스코지회 측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한 모양새다.

포스코지회는 또 손해배상 청구 이유 중 하나로 ‘2년간 차량지원에 있어 차별행위 공정대표의무 위반’(차별행위 공정대표의무 위반)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행정소송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차량 배분 방식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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