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리츠 유상증자 활성화···리츠도 성장성 확보 적극
금리 상승 기조에 차입금 리파이낸싱 효과도 집중 부각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상장 리츠들이 최근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성장성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상장 리츠들의 유상증자는 금리 상승 기조와도 맞물려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리츠 운용사들은 저금리 시대에는 차입금을 적극 활용해 추가자산을 편입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자 유상증자를 활용해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추가자산을 편입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 상장리츠 유상증자 확산세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상증자를 완료했거나 계획 중인 리츠는 신한알파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이지스밸류리츠 등 5개에 달한다.
신한알파리츠는 지난 4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방식으로 15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쳤다. 실권주는 없었다. 신한알파리츠의 유상증자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신한알파리츠는 2018년 8월 상장한 이후 2019년과 2020년 각각 486억원, 275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용산 더프라임타워와 대일빌딩을 추가자산으로 편입했다. 세 번째 유상증자 자금은 남대문 와이즈타워와 삼성화재 역삼빌딩을 보유한 자리츠 유상증자에 투입됐다.
코람코에너지리츠 역시 지난 4월 상장 후 첫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방식으로 진행했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쿠팡과 장기임차 계약을 맺은 남청라 스마트로지스틱스 물류센터 매입에 사용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지난 18일 1700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결의를 공시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방식이며 주당 5350원에 신주 3177만6000주를 발행한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역시 미국 물류센터 자리츠를 편입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내 45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지스밸류리츠 역시 8월경 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442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마쳤던 ESR켄달스퀘어리츠까지 포함하면 최근 상장리츠들의 유상증자 열풍은 한층 뚜렷해 보인다.
통상 일반기업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희석이 동반되기에 주가에 부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상장리츠의 유상증자는 달리 평가받는다.
상장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배당가능이익의 90%를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한다. 추가자산을 편입하기 위한 재원을 축적해놓기 어렵기에 유상증자가 일종의 사업확장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 금리 상승기···유상증자가 돌파구될까
상장리츠들의 잇따른 유상증자 배경에는 금리 상승 기조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상장리츠들은 부동산 자산을 편입하면서 차입금을 활용해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레버리지 투자는 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이익이 줄어들고 배당금이 감소할 우려가 높아진다. 기존 차입금 만기가 다가오면 새로운 대출로 기존대출 돌려막기(리파이낸싱)가 쉽지 않거나 신규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경우도 많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장리츠는 대부분 2024년부터 담보대출 만기가 도래하지만 일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리파이낸싱이 예정된 리츠도 있다”며 “조달금리가 100bp(1%) 상승시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0.8~1.5%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상장리츠는 기존 차입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고금리 차입금을 유상증자 대금으로 상환하면 비용감소 효과가 커지면서 배당금 상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신한알파리츠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1565억원으로 자리츠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리츠 우선주 소각과 후순위 대출상환 자금으로 사용했다. 김세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리파이낸싱을 통해 조달비 상승 리스크를 감소시킴과 동시에 자리츠 대출상환에 따른 배당재원 증가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역시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말 맨해튼 오피스빌딩 수익증권을 인수하면서 2023년 1월 10일 만기로 국내에서 빌린 12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한다.
이경자 연구원은 “금리 상승 속도가 지금과 같이 빠를 경우 시차를 두고 2023년 상장리츠들의 자산편입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기적절한 리파이낸싱이나 유상증자 등 재무적 설계(financial engineering) 능력이 매우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