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면담 계획에 미국 전기차 공장 투자 부각
미국 전기차 시장 적극적 공략에 부품주 실적 확대 기대감도 높아져
반도체 수급 불안, 인플레이션 등은 우려 요인으로 분류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에서 한동안 소외됐던 자동차 부품주가 일부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맞물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 발표가 예정 돼 있다는 점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완성차의 반도체 수급 불안정에 자동차 부품 섹터의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2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방한 일정을 시작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이슈 수혜주로 자동차 부품주가 거론되고 있다.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미국 백악관이 밝힌 까닭이다.

앞서 미국 통신사인 로이터와 조지아주 언론들은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에 80억달러(10조원)를 들여 전기차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조지아주 정부 역시 지난 18일(현지 시각) 경제 개발 중대 발표를 예고했었는데, 중대 발표 장소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장 부지로 알려진 곳이라는 점에서 중대 발표가 현대차그룹의 투자 확정 소식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전기차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동차 부품주가 조명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 확대는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의 실적 증대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곳으로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대비 60% 증가한 15만8689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은 2023년에 착공해 2025년 가동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2026년 이후부터는 미국 내 현대차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10%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봤다.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5.6% 수준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 규모가 2025년 240만대로 전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점유율 전망치에 따른 현대차의 전기차 예상 판매 규모는 35만대를 넘어선다. 

이미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장 설립 이슈는 자동차 부품주에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 현지에 법인을 두고 있는 부품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조지아주 인근인 알라바마주와 테네시주에서 LED 램프를 생산하는 에스엘은 지난 3월 14일 2만2100원을 기록한 이후 이날 3만750원까지 38.9% 상승했다. 올해 1분기 호실적과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 이슈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알라바마주 공장을 통해 자동차용 프레스 금형을 생산하는 화신도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다. 화신의 최근 주가는 9350원 수준으로 지난 3월 15일 5990원 대비 56%나 상승했다. 화신의 경우 1분기 실적 회복과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 이슈에 더해 전기차 배터리팩 케이스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주가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 지속에 따른 전방산업의 불확실성 측면에서 아직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이 생산 능력 확대가 긍정적인 재료이기는 하지만 실제 실적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꼽혔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로 자동차 부품주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며 “이는 특정 종목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잠재된 리스크가 돌출할 수 있어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각 회사가 생산하는 부품의 수요와 성장성, 납품하는 완성차의 생태계 변화 등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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