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견인한 가솔린 모델 ‘제타’ 점검 위해 고객 인도 중단
‘골프 GTI’ ‘티구안 올스페이스’ 등 가솔린 모델 상반기 출시 불분명
글로벌 시장서 전기차 출고 적체 심화···국내 물량 확보 난관 예상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폴크스바겐이 올해 국내시장에 가솔린차 및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며 디젤차 위주의 판매 흐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내·외부적인 상황으로 정상보급이 어려워지고 있어 계획대로 탈 디젤화를 이룰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폴크스바겐 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차량 내부 점검을 위해 ‘제타’의 고객 인도가 중단됐다. 제타는 폴크스바겐의 준중형급 세단 차량으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델 중에선 유일하게 가솔린 연료를 이용한다. 나머지 모델들은 모두 디젤연료 차량이다.
제타는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실적을 견인한 볼륨모델이다. 제타의 지난해 판매량은 4794대로 전체 판매량 1만4364대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다만 올해는 차량 인도가 중단되며 판매량이 감소했다. 제타의 올해 판매량은 ▲1월(332대) ▲2월(314대) ▲3월(154대) ▲4월(20대) 총 820대로, 전년 동기(1229대) 대비 33% 감소했다.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가솔린 모델의 출시도 미뤄지고 있다. 앞서 폴크스바겐은 ‘골프 GTI’ 및 ‘티구안 올스페이스’ 가솔린 모델을 상반기 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골프 GTI 가솔린 모델의 4월 출시를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출시 일정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티구안 올스페이스 역시 5~6월 출시가 예상됐지만 하반기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골프 GTI 및 티구안 올스페이스 상반기 출시와 관련해 폴크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출시 일정을 논의하고 있어 정확한 날짜를 밝히긴 어렵지만 연내 출시는 이뤄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출시 일정 조정 이유에 대해선 “반도체 수급난 등 복합적인 이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나, 본사로부터 정확한 이유를 전달받진 못했다”고 전했다.
전기차 출시 또한 차질을 겪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하반기 전기차 ID.4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을 밝혔지만,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출고적체가 심화하고 있어 향후 전기차 물량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내에 ID.4가 출시되더라도 원활한 판매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즈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및 미국 시장 내 전기차 출고적체 현황에 대해 “서유럽 지역에서만 30만대 이상의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이다”며 “유럽 및 미국 시장에서 올해 전기차를 주문해도 연내 받아보긴 힘들 것이다”고 밝혔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사전계약 전 국내 판매 목표량을 정해둔다고 하더라도 재고 이슈 등이 있을 수 있어 한 번에 물량을 다 가져오기는 어렵다”며 “본사로부터 순차적으로 물량을 공급받는 구조인데,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폴크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ID.4는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것이다"며 “아직까지 물량 문제에 관한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가솔린차 및 전기차 보급 난항으로 올해도 폴크스바겐의 주력 판매 차량은 디젤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4월 티구안과 티록은 각각 1106대, 962대를 판매하며 전체 판매량(4221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디젤차 수요는 친환경 흐름 및 경유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최근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올해 1~4월 수입 디젤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했다. 폴크스바겐에게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