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가치 1년새 30억 껑충 다반사···대출 활용해 수익률 100% 실현은 기본
금리인상, 주택시장 규제완화 기대감 등으로 앞으로 분위기 꺾일 가능성도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 건물 매각 사례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전 정부의 과도한 주택시장 규제를 피해 꼬마빌딩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근래 강남권의 꼬마빌딩 매각 사례를 보면 주택시장에서 가장 높은 값에 거래된다는 강남 재건축 상승률을 코웃음 칠 정도로 고가에 매각 성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년 사이 수익률 100% 실현은 기본이 됐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고 새 정부의 주택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는 꼬마빌딩 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큰 폭의 차익을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세로수길 이면도로 524번지 일대에 있는 지하 1층~4층, 대지 약 300㎡, 연면적 820㎡인 건물은 지난달 중순 156억원에 매각됐다. 이 건물주 a씨가 지난해 4월 96억원에 매매했으니 정확히 1년 만에 건물가치가 60억원 뛴 것이다. 양도세 등을 내더라도 a씨의 수익률은 100%를 훌쩍 뛰어넘을 것을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채권최고액이 91억2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출을 약 80억원 가량 받아 자기자본은 20억원 내외가 들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인근에서 거래된 B 건물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신사동 525번지 일대의 B건물은 지난달 초 134억원에 매각됐다. 이 건물은 지난해 8월 b씨가 99억5000만원에 사들인 것이다. 단순 건물 가치가 불과 8개월 만에 34억5000만원이나 뛰었다. b씨 역시 채권최고액이 93억6000만원인 점에 미루어보면 약 80억원 가량을 금융권 대출을 활용하고 자기자본은 20억원 남짓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건물은 대지 약 200㎡에 연면적 540㎡로 지하1층~지상 5층 규모다, 신사역에서는 7~8분 거리, 압구정역 미성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다.

마찬가지로 신사역 1번 출구 롯데시네마 뒤편 논현동 4번지 일대의 C 건물도 비슷한 케이스다. 이 건물의 소유주 c씨는 본인의 건물을 지난해 11월 109억5000만원에 매도했다. c씨는 이 건물을 2020년 11월 67억원에 매입해 정확히 1년 보유하고 있다가 42억원 뛴 값에 재매각한 케이스다. c씨 역시 채권최고액이 56억원인 점에 미루어보면 자기자본은 20억원 내외로 투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건물은 지하1층~지상4층에 대지 약 220㎡, 연면적 490㎡ 규모다.

앞서 언급된 세 건물 매매 사례의 특징은 자기자본 투입은 20억원 대에 불과한데 1년 이내의 기한만 보유하면서 투자금의 최소 100% 이상을 챙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파트는 2019년 12월부터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고가주택으로 규정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던 반면, 빌딩은 대출이 매매가의 60~70%까지는 나오는 영향이다. 게다가 대출이자는 저렴해 근래 2~3년 사이 강남 꼬마빌딩의 값어치는 치솟았다. 한 벤처사 대표 A씨는 “건물주에게 월세 대는 대신 은행이자를 내자는 마음으로 매입한 사용용 건물 수익률이 12년간 건실하게 꾸려온 사업 수익보다 더 높다”고 헛웃음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분위기가 머지않아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발언을 하는 등 금리인상 속도가 예고보다도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다. 또한 새 정부가 이전 정부대비 주택시장의 규제를 완화할 것을 시사하는 만큼 그간 꼬마빌딩 시장에 유입됐던 수요층도 빠져나가며 거품도 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자재값이 폭등한 점도 꼬마빌딩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입지좋은 낡은 건물을 허물고 신축이나 리모델링 해 높은 값을 얹어 재매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는데, 원자재 값이 예년대비 지나치게 높아져 수익률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까닭에서다.

실제 거래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토지·건물 정보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올 들어서부터 4월까지의 서울 시내 연면적 1000㎡ 이하 업무·상업용 빌딩 매매 거래량은 총 67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어보면 46.7% 급감한 수준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3~4년 간 꼬마빌딩에 유입된 수요층은 월세 기대보다는 매각차익을 노린 이들이 많았지만 근래에는 강남의 이면도로까지도 평당 2억원을 바라보면서 고점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게다가 금리인상 이슈도 있지않나. 상업용 부동산은 금리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예년같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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