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달 의료·의약계 협의체 구성···“제도화 서두를 것”
약사회, 반발 여전···‘온누리스토어 사태’로 내부 갈등도
플랫폼 스타트업도 논의 본격화···15개사 결의문 발표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윤석열 정부가 비대면 진료 도입을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제도화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정부는 산업계와 의료·의약계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를 서둘러 최대한 연내 제도화 준비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비대면 약 배송에 대한 의약계 반발이 여전히 거센 만큼, 의견 조율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빠르면 이달 비대면진료협의체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 복지부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보발협)를 통해 비대면진료협의체 참여 단체 범위와 정확한 일정 등 막바지 조율 중이다. 지난 4일 복지부 주도로 발족한 보발협에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6개 의약단체가 참여했다. 

다만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을 협의체 구성원으로 포함할지는 미지수다. 복지부 관계자는 "산업계가 협의체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협의체는 보건의료계와 구성하되 산업계 의견을 따로 청취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약사회, 비대면 약배송 여전히 반대···"온누리스토어 비대면 약배송 신사업은 ‘어불성설’"

업계에선 정부가 비대면진료협의체를 통해 의료계와 의약계 이견을 좁히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 원칙적 반대를 고수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찬성 의사를 밝히며 점차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약사회 등 의약계는 비대면 약 배송에 여전히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업계에 약국 프랜차이즈 온누리H&C가 이커머스 온누리스토어를 통해 비대면 약 배송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약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온누리H&C는 전국 2200여개의 온누리약국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약국체인으로, 가맹점 대부분이 약사회 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온누리스토어의 비대면 약 배송 사업은 약사회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비대면 약 배송에 반대하는 약사회 주장이 결국 힘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이 현재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온누리약국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어, 집행부를 향한 약사회 회원들의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회원 약국들에게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가입을 저지하면서, 온누리H&C와 신사업을 함께 구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서다.   

이에 조양연 약사회 부회장은 “내부적으로 확인해보니, 온누리약국 가맹점들은 온누리스토어의 비대면 약배송 사업 계획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현재 온누리약국은 비대면 약배송을 시작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은 이어 “전국 2200개의 가맹점 대부분이 약사회 회원인데, 온누리H&C가 이들 여론을 무시하고 플랫폼 사업을 강행할 순 없을 것”이라며 “만약 약사회 기조와 반대되는 서비스를 강행한다면, 약사회 차원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온누리스토어 관계자는 "원격의료 플랫폼 신사업 검토한 건 맞다"고 시인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현재 비대면 진료 제도상 어려움이 있는 만큼, 아직 확정된 건 없다”며 "우선 약국의 디지털화를 위한 시스템 발전에 주력할 것”이라고 신사업 추진 계획을 일축했다. 

◇ 산업계도 논의 본격화···플랫폼 15개사 결의문 발표

19일 서울 강남구에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원사들이 비대면 진료 제도 안착을 위한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 등 산업계도 논의에 나섰다. 지난 19일 오후 비대면 진료 플랫폼 15개사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에 결성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서울 강남구 드림플러스에서 정기총회 및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플랫폼 기업들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 코로나19비상대응TF 위원으로 활동한 전병율 대한보건협회 회장과 비대면 약 배송에 참여하고 있는 박종필 약사도 참석했다. 비대면 진료 논의에 약사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병율 회장은 "처음 비대면 진료를 시작할 당시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시행해보니 그동안의 우려가 무색하게 환자는 물론 일선 의사들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았다"며 “지금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종필 약사는 “현재 운영하는 약국에서 비대면 약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지난 설날에 온 가족 모두 코로나19 확진이 되면서 비대면 약 배송 서비스를 직접 받았다”며 “역시 비대면 약 배송 서비스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임을 다시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원산협 회원사들은 비대면 진료 제도 안착을 위한 결의문도 발표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 안착을 위한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결의문 / 사진=염현아 기자

원산협 공동회장을 맡은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는 "현재 비대면 진료 협의체에 우리 플랫폼 기업들도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해선 의협과 약사회의 협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