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주가 크게 오르자 4개월 간 두 번 4.53% 처분
올해 주가 계속 오를 전망···남은지분 높은 가격으로 정리할 듯

우리금융지주 서울 명동 사옥 / 사진=우리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을 4개월 간 두 번 처분하는 등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코로나 사태 등 영향으로 매각 일정을 미루던 것과 대조된 행보다. 최근 실적 급증으로 우리금융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예보도 빠르게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결에 따라 18일 주식시장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우리금융지주 지분 2.33%(1700만주)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공적자금 2589억원을 회수했다. 그 결과 우리금융으로부터 회수한 공적자금 규모는 총 12조8658억원이 됐다. 지원 원금 12조7663억원 대비 약 1000억원을 초과한 규모다. 이번 매각으로 예보의 우리금융지주 잔여 보유지분은 3.62%에서 1.29%로 감소했다. 

이날 지분 매각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예보는 지난 2월 우리금융 지분 2.2%를 처분하면서 올해 총 4.53%의 지분을 넘겼다. 예보는 우리금융 지분 정리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우리금융 완전민영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올해까지 예보가 소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한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듬해 코로나 사태로 우리금융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결국 지분을 매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4월이 돼서야 우리금융 지분 2%를 처음으로 시장에 팔았다. 정부가 본전을 거둘 수 있는 주가는 1만2000원 수준이었지만 당시 주가는 이보다 낮았다. 정부는 지분 처분 계획을 지켜야하기에 손해를 감수하고 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우리정부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지분 9.33%를 처음으로 손익분기점보다 높은 가격으로 처분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들어 우리금융 주가는 급등했다. 올 초 1만2800원을 기록했지만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달 1만6350원까지 찍은 후 최근 1만5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지주사 체제로 다시 출범한 직후 주가(1만5300원) 수준으로 원상복귀 된 셈이다. 이에 예보는 우리금융 주가를 파는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본전치기'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빠르게 정리했다. 

예보는 남은 지분도 높은 가격으로 수월하게 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주가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주가가 크게 오른 이유는 단연 실적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지주사 출범 후 당기순이익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1분기 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32.5% 급증한 8840억원을 기록했다. . 

우리금융의 올해 남은 기간 실적도 크게 성장해 최대 실적 기록을 또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근 금리 급등세의 가장 큰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 우리금융이기 때문이다.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대출자산 가운데 양도성예금증서(CD)나 코리보(3개월) 금리 연동 대출 비중이 35%정도 된다.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존에 확보한 대출채권의 금리가 시장금리 상승으로 더 많이 오를 수 있는 자산 구조다. 

우리금융은 이미 올 1분기에 금리 상승으로 이자이익이 23% 급증했다.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NIM)도 직전 분기 대비 0.07%포인트 크게 올랐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시장금리는 더 많이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두 번 이상 진행하는 등 긴축의 강도를 높일 것을 시사했다. 이에 맞춰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의 지난달 NIM은 3월보다 더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며, 5~6월에도 4월 대비 추가 개선이 예상된다”라며 “이에 은행 중 우리금융지주의 NIM 상승 폭은 0.10%포인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주가 상승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금융은 증권·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대형 M&A를 성사시킨다면 주가 상승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타 주요 금융지주도 대형 M&A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주가가 최근 크게 올라 예보도 큰 문제없이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리금융 주가 전망이 계속 좋은 만큼 예보는 남은 지분 매각에 대한 부담도 대부분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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