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제한 조치에 식용유 공급 차질, 가격인상 잇따라···주요 이커머스 식용유 품절·구매제한 나서
대형마트 찾은 소비자들 “안 살수도 없고 난감”···정부 “수급 문제 없다” 선그어
매장 사재기 현상은 찾아보기 힘들어···“소비자 불안감 이용한 판촉 마케팅” 지적도

SSM 식용유 매대. / 사진=한다원 기자
SSM 식용유 매대. / 사진=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식용유 구매하시려고요? 가격 많이 올랐는데···.”

최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제한 조치로 식용유 공급 차질 우려가 지속되면서 식용유 가격이 오르고 있다. 주요 이커머스에서는 식용유 품절대란이 이어지거나 구매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식용유 구매에 불편함이 없도록 수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소비자들은 식용유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18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해표 콩기름 식용유(900㎖)의 5월 대형마트 평균 판매가는 전년 동월 대비 약 17% 올랐다. 오뚜기 콩기름 100%(900㎖)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55원)보다 27.5% 올랐다.

◇소비자들 식용유 가격 인상에 부담 느껴

이날 서울 강남구 대형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식용유 진열 매대 앞에서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식용유를 사러 온 주부 김아무개씨(37)는 “집에서 요리를 하려면 식용유를 사야하는데 구매할 때 되니까 가격이 올랐다”며 “안 살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이아무개씨(44)는 쿠팡, SSG닷컴 등 이커머스, 인터넷 최저가와 비교하며 식용유 구매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씨는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당분간 이 가격이 유지될 것 같아서 그냥 사야 하나 싶다”고 했다.

현재 국내 창고형 할인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는 식용유 제품을 인당 하루 1개만 살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대형마트나 SSM(기업형 슈퍼마켓)에서는 구매 제한이 없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도 구매수량 제한에 나설 수 있지만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 식용유 가격 추이. / 자료=물가동향 정보,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식용유 가격 추이. / 자료=물가동향 정보, 표=정승아 디자이너
마켓컬리에서는 식용유가 품절됐고, 쿠팡은 식용유 구매 제한에 나섰다. / 사진=각 사 캡처
마켓컬리에서는 식용유가 품절됐고, 쿠팡은 식용유 구매 제한에 나섰다. / 사진=각 사 캡처

쿠팡·SSG닷컴·롯데온 등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도 식용유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 이용시 식용유 구매 개수를 10개로 제한했고, SSG닷컴과 롯데온도 각각 15개, 20개로 제한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도 식용유 미개봉 상품이 인터넷 최저가에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다만 이날 기자가 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 대형마트, SSM 등을 방문했지만 어느 곳도 매대가 텅 비어있거나 식용유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현상은 보지 못했다. 평상시와 같은 모습이었다.

강남구에 위치한 SSM 직원은 식용유 매대를 보던 기자에게 “식용유 구매하러 왔냐”며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급하지 않으면 다음에 사라”고 했다. 기자가 “식용유 구매하는 사람들 많냐”고 되묻자 직원은 “필요한 사람은 구매하는데, 평소보다 더 많이 구매하고 이러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SSM 식용유 매대. / 사진=한다원 기자
SSM 식용유 매대. / 사진=한다원 기자

◇소비자 불안감 이용한 마케팅 지적도

상황이 이러하자 일각에서는 유통업계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판촉 마케팅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식용유 수급에 문제가 없지만 유통사들이 불안감을 조장해 소비자들의 식용유 구매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식용유 수급상황 점검회의에서 “국내 식용유 공급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연간 국내 식용유 소비량은 약 114만t 수준이다. 대두유가 60여만t으로 가장 많고 팜유는 20여만t 수준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용유는 대두유 20만t, 옥수수유 4만t 등 24만t정도다.

회의에 참석한 CJ제일제당·롯데푸드·사조대림·농심·오뚜기 등에 따르면 국내 공급사들은 운송중인 물량을 포함해 2~4개월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소용·가정용으로 사용량이 가장 많은 대두유의 경우 미국·아르헨티나 등 주요 수출국으로부터 차질 없이 도입(약 40만t) 중”이라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20만t의 대두유 생산을 위한 대두 도입도 현재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고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반 가정에서 식용유는 1년에 많이 먹는다고 해도 2~3통 정도인데, 소비자들이 사재기를 한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유통사들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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