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인근 저층동 배치해 가시성 확보 ···개발과 문화재의 공존

부산 복산1구역 재개발
부산 복산1재개발구역 현황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부산 동래읍성 문화재 주변에 4300여 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최첨단 재개발 단지 건축이 추진된다. 김포 장릉 인근 초고층 아파트가 역사문화환경 훼손으로 논란이 된 이후 또 다른 문화재 주변 재개발 사례다. 그러나 부산 재개발은 김포와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된다. 문화재 가시성 확보 차원에서 인접동은 층수를 대폭 낮추는 등 과거와 현재의 공존에 초점을 맞춰 눈길을 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산 복산1구역 재개발 시공사인 GS건설은 최근 조합에 재개발 사업인 동래자이 더 헤리티지 추진계획이 담긴 책자와 영상을 전달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이 단지는 스카이브릿지로 동 간 연결이 되고 단지별 라운지는 6개가 마련된다. 인피니티풀도 있다. 이밖에 프리미엄 영화관, 프라이빗 차고지 및 주차특화로 세대당 1.84대 주차 적용, 8720평형의 커뮤니티 면적(세대당 2.1평형)을 자랑한다. 도심에 들어선 신축 단지 고스펙을 모두 갖췄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저층 세대다. 부산 최대규모 재개발 사업장인 만큼 최고 용적률을 적용해 초고층 위용을 자랑할 법도 하지만 일부는 단독주택 수준의 저층단지다. 재개발 아파트와 문화재의 공존을 위해서다.

복산1구역은 최대 규모란 수식어 외에도 답보상태 재개발 사업장으로 이름이 나있다. 2001년 부산시 주택재개발사업 지역으로 지정 고시된 이후 10여년간 장기간 표류해서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사업장 인근에 있는 복천고분군과 동래읍성 등 시 지정문화재 14개가 재개발 사업 중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온 영향이다.

이후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논의를 거쳤고 시는 구수회의 끝에 마지막 심의에서 조건부 의결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 또한 이달 초 시민단체가 제기한 사업 추진 절차상의 의혹에 대해 문제없다는 답변을 내놓으며 사업추진의 모든 장애물은 걷힌 상태다. 이로써 조합과 시공사는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사업주체는 오랜기간 사업이 지연된 만큼 문화재와의 공존을 통해 속도를 내는 방법을 택했다. 사업장 내 고분군 등 문화재와 인접한 1블록에 동래읍성이 보이도록 저층으로 지어 통경축을 확보하고 보행축을 보완했다. 이로 인해 세대수는 조합이 당초 계획했던 4769세대 대비 400세대 가까이 줄어든 4350세대로 짓는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수익성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시공사는 경미한 동 별 위치 이동 등으로 문화재청의 심의구역을 최소화했다. 사업성은 다소 낮아졌지만 재개발 추진과 문화재 보호란 상충된 목표를 동시에 챙기며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조합은 이르면 연내에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등을 거쳐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해당 사업장이 문화재 주변의 정비사업장 롤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 추진 사업장 가운데 문화재와의 충돌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해당 사업장처럼 관련법령을 준수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방향으로 공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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