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피스,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내달부터 미국 판매···세계 최대 시장 공략
한국·유럽 판매허가도 받았지만···오리지널 제약사, 특허 보호기간 무기한 연장
“블록버스터 보유한 빅파마, 특허 연장으로 시밀러 출시 막고, 시장 선점할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안과 질환 블록버스터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가 내달부터 본격적인 미국 판매에 돌입한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시장을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유럽과 국내 판매는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오리지널 제약사인 제넨텍이 루센티스의 특허 기간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17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에피스는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바이오비주’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루센티스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인 미국 바이오기업 제넨텍이 개발한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 안과 질환 치료제로, 지난 2020년 글로벌 매출 4조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삼성에피스는 국내에 앞서 지난해 8, 9월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각각 승인을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주요 내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미국에서는 지난해 6월 루센티스의 물질특허가 종료됐지만, 오리지널 제약사인 제넨텍이 추가보호증명(SPC)을 신청하면서 바이오시밀러 판매 시점이 미뤄졌다. 다만 삼성에피스는 제넨텍과 라이센스 합의를 통해 내달부터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로써 삼성에피스는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로는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글로벌 매출 4조원 중 미국 시장에서만 1조8000억의 매출을 올린 만큼, 삼성에피스가 세계 최대 시장을 선점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해외에선 삼성에피스 외에도 두 팀이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를 공동개발 중이다. 포마이콘(독일)-바이오에크(스위스)가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는 현재 미국 판매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고, 엑스브레인(스웨덴)-스타다(독일)는 지난해 11월 임상 3상 완료 후 유럽 당국에 허가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의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개발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현재 유럽과 국내 시장 판매 시점은 불확실하다. 유럽에서의 루센티스 물질특허도 오는 7월 만료되지만, 제넨텍의 SPC 신청으로 특허보호 기간이 연장되면서, 판매 시기는 더 지연될 전망이다.

삼성에피스 관계자는 “우선 미국과의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다음달부터 바이우비즈의 미국 판매가 가능해졌다"며 “정확한 시기는 밝힐 수 없지만, 미국 외 다른 지역은 SPC가 만료돼야 판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바이우비즈의 미국 판매 및 마케팅은 삼성에피스의 글로벌 협력사인 바이오젠이 담당할 예정이다. 현재 바이오젠은 삼성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3종(엔브렐·휴미라·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판매도 맡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여러 블록버스터가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오리지널 제약사들의 특허연장 시도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빅파마 암젠이 삼성에피스에 자가면역치료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을 낸 데 이어, 최근엔 엔브렐의 북미 외 지역 판권을 보유한 화이자가 호주 시장에서 삼성에피스를 상대로 또다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국내 한 제약바이오 특허 전문 변호사는 “오리지널 제약사들은 의약품 허가를 위해 소요된 기간이나 비용을 고려해, 특허 만료 후에도 보호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들 기업의 특허연장 전략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어쩔 수 없이 제형·제법 변경 등으로 특허회피 전략을 시도하거나, 직접 특허에 도전해 무효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특허회피나 특허 도전도 어렵다면, 삼성에피스처럼 오리지널 제약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경우도 기본적으로 많이 취하는 전략"이라며 "삼성에피스가 제넨텍에 비공식적으로 일정 금액의 계약금이나,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의 조건부 합의를 거쳐 미국 시장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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