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인수 후보 기업군으로 KT와 우리금융그룹 거론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롯데카드 기업 가치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
롯데카드 내부, 금융지주 계열사와 협업해 시너지 효과 기대···안정적인 사업 추진
업계 "매물 가격 조정이 관건···카드 업황 좋지 않아 매각 장기화 가능성도"

카드사 1분기 이용금액 기준 시장점유율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카드사 1분기 이용금액 기준 시장점유율 현황(우리금융그룹의 롯데카드 인수 가정)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롯데카드 인수 후보 기업군으로 KT와 우리금융그룹이 거론되는 가운데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선택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와 우리금융 양사 모두 인수 유인이 존재한 가운데 롯데카드 내부에서는 인수 기업으로 금융지주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매각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매각이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인수 후보 기업군을 대상으로 투자설명서를 발송하는 등 사전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9년 인수 이후 3년간의 성장세를 감안해 MBK파트너스 측이 제시한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가 인수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MBK파트너스가 제시하는 롯데카드 희망 매각가는 3조원 정도로 파악된다. 인수 당시 MBK파트너스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한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롯데카드 지분 20%을 보유 중이다. 2대 주주로서 롯데카드 경영권이 매각되면 우선적으로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우선검토권도 보장받았다. 만약 우리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현재 6위권인 우리카드 시장점유율(7.8%)을 단숨에 3위권(15.6%)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 시 필요한 나머지 자금은 금융지주사 신용으로 회사채·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충분한 조달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3조원의 딜이 다소 부담스러운 규모이지만 우리금융그룹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카드 내부에서도 인수 기업으로 금융지주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지주사에 인수된다면 은행이나 카드 등 다른 계열사들과 협업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되면 시너지 측면에서 봤을 때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KT의 롯데카드 인수 유인도 존재한다. KT는 비씨카드의 지분 69.54%를 가진 최대주주다. 카드 사업 사세 확장을 위해 롯데카드 인수를 타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KT는 MBK파트너스 측에 롯데카드 매각 관련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딜이 시작되지 않은 단계에서 확정된 것은 없지만 먼저 매물화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점을 비추어볼 때 KT는 롯데카드 인수 시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비씨카드의 경우 우리카드 등 기존 주요 회원사들이 독자가맹시스템 구축을 꾀하며 이탈을 예고하면서 향후 수익 기반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씨카드의 수익성 상당부분이 회원사 관련 사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실적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최근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카드사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 시스템구축 비용 부담 등을 감안할 경우 기존 회원사들의 신규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지만 만약 회원사들의 이탈이 현실화 될 경우 당사의 수익성 및 성장성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핵심 관건은 매물 가격이다. 인수 목적을 넘어 1조원 이상의 웃돈을 주고 롯데카드 인수하는 것은 어느 쪽이나 부담스럽다는 것이 양측의 공통된 판단이다. 3년 전 기업 가치가 1조8000억원이었던 롯데카드를 3조원에 사오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너무 비싸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 인수 후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롯데카드 몸값이 3조원 이상으로 알려지면서 예상보다 너무 높다는 평가가 나와 MBK파트너스의 가격 조정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 업황도 좋지 않아 인수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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