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5년간 민간수탁 연구비 89억 중 85억 통신사가 지원

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를 대상으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 관련 사실조사를 최근 마쳤다. 과징금, 시정명령 등 행정제재는 다음달 부과된다. / 이미지 = 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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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근거를 제시해온 국책연구기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5년간 통신사업자들로부터 85억2200만원의 연구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KISDI 수탁 연구용역의 12%에 불과한 규모이지만, 민간수탁 연구용역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민간수탁 연구비가 이해당사자인 통신사로부터 나오는 것을 두고 KISDI가 연구 결과의 업종 쏠림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1년 연구용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KISDI가 수행한 연구용역은 총 474건이며, 연구비는 751억1646만원이다.

KISDI의 연구용역은 ‘정부수탁’과 ‘민간수탁’으로 나뉘는데, 민간수탁 연구용역 중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가 최근 5년간 KISDI에 맡긴 과제는 35건, 연구비는 78억6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통신사들이 모여 만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연구용역(6건, 6억5500만원)을 더하면 85억2200만원에 달한다.

이 기간 KISDI의 민간수탁 연구용역이 총 45건, 연구비가 89억5648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민간수탁 연구비는 대부분 통신사들이 지원한 셈이다.

전 의원실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망 접속료 대가 산정 등을 위해 공동으로 실시하는 ‘통화량 검증’ 연구와 같은 ‘공동발주’는 총 10건, 21억67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개별 통신사가 진행하는 ‘개별발주’를 보면 KT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포함)이 각각 25억5000만원(연구용역 9개)과 20억원(9개)을 연구비로 제공한 반면, LG유플러스는 단 한 건의 연구 용역도 맡기지 않았다.

일각에선 KISDI의 민간수탁 연구용역비 대부분이 통신사에게서 나오는 것을 두고 정부 정책 근거로 활용되는 연구 결과의 업종 쏠림 현상을 우려한다. 특히 LG유플러스와 달리 KT·SK텔레콤이 20억원대 연구비를 지원한 것은 이들이 각각 유·무선 시장 1위 사업자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일종의 ‘정무적 판단’ 하에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황동현 한성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KISDI는 정부 정책에 근거가 되는 과제를 수행하는데, 통신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아서 조사하다 보면 아무래도 통신사 편향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KISDI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이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ICT 주무부처의 연구용역 과제를 수행하면서 정책 근거를 제시해 왔다. 통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디지털플랫폼, 방송, 국제협력연구 등 ICT 전반과 관련한 정책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시장의 발전 및 생태계 조성은 유선 1위 사업자인 KT와 무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이 고민을 더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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