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 사업, 타당성 검토 착수
분양이익 줄자 수익원 확보 나서
마곡 지식산업센터 통해 임대사업 검토
민간 수익형 부동산 매입∙개발 논의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기존 공공주택 분양∙임대사업에서 벗어나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자금줄 역할을 했던 택지개발 사업이 땅 부족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이익 ‘감소’·임대적자 ‘확대’···새로운 수익원 확보 절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H는 신규 투자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체계적으로 사업성 분석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범위는 공공주택(분양∙임대∙공공시설복합), 택지개발, 재건축∙재개발, 소규모 정비,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기존 사업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사업이 포함됐다. 타당성 검토 작업은 이달 30일 착수해 15개월 동안 이뤄진다.
SH가 새로운 사업을 찾아 나선 건 주요 수입원인 택지개발 사업이 땅 부족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지면서다. 그동안 대규모 택지개발 위주의 사업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 서울에 그린벨트 지역을 제외하면 개발 가능한 택지가 부족한 실정이다. SH는 서울 마곡지구 이후 대규모 택지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택지개발 사업 감소로 매각 가능 택지가 줄면서 분양이익도 하락세다. 지난해 감사원이 발표한 ‘서울주택도시공사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이익은 8998억원으로 직전연도(9656억원) 대비 6.8% 감소했다. 올해는 8337억원, 2023년에는 6604억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주력인 임대주택 사업은 적자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임대주택에서 발생한 적자는 2018년 3605억원 수준이었지만 2023년 5551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SH는 그동안 임대주택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분양이익으로 보전해 왔다.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하면 2024년에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형 부동산 통해 임대사업···민간 토지 매입해 직접 개발·운영 검토
SH가 먼저 진행할 신규 사업으로는 지식산업센터가 꼽힌다. SH는 마곡지구에서 직접 시행으로 지하 4층~지상 14층 규모 공공형 지식산업센터를 짓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자체 활용한 것이다. 시장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사무실을 임대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 완공 예정이다.
민간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해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H는 지난 3월 ‘토지비축을 활용한 수익형 부동산 매입 운영방안 연구’를 위해 외부 자문위원들에게 민간 부동산 부동산을 매입·운영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과 사업모델 등을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비축이란 공공이 필요한 시기에 공공개발을 하기 위해 민간 토지를 미리 확보해두는 제도다.
토지비축을 활용한 토지 확보는 김헌동 SH 사장이 강조한 내용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활용 가능한 택지가 부족하다”며 “작은 규모 택지는 물론 공공 보유 토지, 공기업 이전 토지, 민간 비업무용 토지 등을 조사해 서울 전 지역에 빈 땅을 찾아 토지를 비축하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기보유한 토지를 활용한 마곡지구 지식산업센터와 달리 민간 부동산을 매입해 직접 개발한다는 점에서 디벨로퍼 영역으로 사업이 확대된다고 볼 수 있다. SH 관계자는 “현재 사전 검토 단계로 확정된 정책이 아니다”며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으로 내부적인 논의를 통해 연구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H의 기존 토지를 활용한 수익원 조달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다만 민간 기업과 같이 수익성만 극대와 한 사업 모델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SH가 공공성을 추구하는 만큼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낮은 임대료를 통한 공급이 바람직하다”며 “민간 부동산을 매입해 개발∙운영하는 방안은 국민 세금이 활용되기 때문에 SH의 설립 취지와 맞는지 좀 더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