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4위 11번가, 하 대표 “기업가치·매출 확대로 경쟁력 확보” 강조
SK 계열사 상장 잇따라 철회했지만··11번가 IPO 준비 그대로 착수 고수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증시가 침체기를 겪으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자 기업들의 상장 철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SK쉴더스에 이어 SK스퀘어 자회사 원스토어까지 상장을 철회하자 같은 계열사인 11번가의 행방에 관심이 모인다. 11번가는 내년을 목표로 IPO 준비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 하형일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17일 11번가는 내년을 목표로 IPO 준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11번가와 같은 SK그룹 계열사인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상장을 철회했지만 기존 목표 그대로 IPO 작업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11번가는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발송했고, 이달 중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하형일 대표는 최근 타운홀 미팅을 열고 “11번가의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와 SK페이를 토대로 한 커머스 생태계 확장, 규모 있는 매출액 성장 등 체력과 경쟁력을 모두 확보해 11번가의 가치 증대를 시장으로부터 인정받자”고 강조했다.
다만 11번가는 수년째 성장 침체기에 머물러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스퀘어는 11번가가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1400억원,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4배 늘어난 26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11번가는 “1분기 엔데믹 도래의 기대심리에 의한 이커머스 대응 비용과 시장 경쟁을 위한 영업비용이 증가했다”며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리테일(직매입+위탁판매) 사업 확대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11번가 1분기 리테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2% 성장했다.
늘어난 적자를 의식한 듯 11번가는 올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의 해외직구 독보적 경쟁력 확보 △직매입 확대를 통한 빠른 배송경쟁력 강화 △우주패스를 연결고리로 한 SKT·아마존·11번가 시너지와 충성고객 확보 △라이브커머스와 다양한 제휴협력을 기반한 오픈마켓 경쟁력 제고 등 4가지 사업전략을 중심으로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번 11번가 실적 발표로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가 공개됐다.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는 네이버쇼핑을 제외하면 쿠팡·SSG닷컴·11번가·롯데온 등 모두 영업적자를 냈다. 이커머스 기업 구조상 적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지만 11번가는 매출이 최근 몇 년간 5000억원대에 머물러 있고, 영업적자는 늘어 성장성이 정체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11번가는 지난해 아마존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론칭해 시장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지만 시너지 효과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아마존과 협업한 지난해 9월 11번가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전월 대비 5% 늘어난 991만명이었으나 올해 2월 다시 아마존 협업 이전 수준인 908만명 수준으로 돌아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번가는 아마존에서 한국으로의 배송기간을 영업일 기준 평균 6~10일에서 4~8일로 단축했고 수십만개 브랜드의 수백만개 아마존 미국 상품을 추가했다고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매끄럽지 못한 번역에 가격대도 저렴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11번가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쿠팡과 네이버, 신세계(SSG닷컴+이베이코리아)에 이어 시장점유율 4위다. 먼저 상장에 성공한 쿠팡과 비교해 기업가치를 산정해야하는 상황인 가운데 11번가의 기업가치는 현재 4~5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마켓컬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SK스퀘어는 자회사가 IPO에 실패하면서 주가까지 큰 폭 하락하고 있다.
하 대표는 11번가의 기업가치와 규모 있는 매출액 성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관건은 11번가의 적자 해소다. 다만 업계에서는 11번가가 재무적투자자(FI)와의 계약에 따라 내년 내 증시 입성을 마쳐야하는 상황에 놓여 외형성장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IPO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고, 아직 시작 단계여서 상장 철회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내년 상장을 목표로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