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채권 처분이익 '빅3' 중 유일하게 증가
보험·투자영업 동반 부진···실적 방어 일환 관측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생명이 금리가 역대급 상승폭을 기록한 올해 1분기에도 채권을 적극적으로 처분해 생명보험사 ‘빅3’ 가운데 채권 처분이익이 유일하게 늘었다. 보험·투자영업 부문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자 그간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던 채권 매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 역대급 금리 상승에도 채권 처분 '러시'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채권(매도가능증권) 처분순이익(개별 기준)은 1104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123억원) 크게 늘었다. 생보사 상위 3사 가운데 채권 처분 이익이 증가한 곳은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세 배 넘게 증가했다. 그 결과 삼성생명의 채권 처분순이익이 한화생명보다 더 많아졌다. 한화생명은 전년 동기 대비 67% 급감한 774억원을 거뒀다. 교보생명(1990억원)도 59% 감소했다.
보험사는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자산은 대부분 채권으로 돼 있다. 주식도 적극적으로 사고 팔아 이익을 내는 증권사와 달리 보험사는 대부분 채권을 매각해 이익을 낸다. 삼성생명의 매도가능증권 가운데 채권(해외 채권 포함)의 비중은 72%에 달할 정도로 채권 비중이 크다. 주식은 93%가 삼성전자 지분이라 대부분 보유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금리가 급등한 시기에 채권 처분이익을 늘리는 행보는 의외란 평가다. 채권 가치는 금리와 반비례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보통 채권 가치가 하락하는 금리 상승기엔 채권 처분을 자제한다. 시장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이어가더니 올해 1분기 크게 올랐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초 1.7%대였지만 올해 3월 31일엔 2.96%까지 치솟았다.
삼성생명은 그간 채권을 처분해 이익을 내는 것에 가장 소극적이었다. 다른 보험사 대비 실적에 여유가 있었기에 미래 이자이익을 줄이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채권 처분을 꺼렸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나마도 채권을 처분하던 규모를 지난해 하반기 금리 상승에 맞춰 줄였다. 그 결과 3분기엔 157억원의 순손실, 4분기엔 35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하지만 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한 올 1분기에 적극적으로 채권을 팔았다. 그 결과 이익과 손실 모두 크게 났다. 1분기 처분이익은 1590억원으로 제로금리가 이어지던 지난 2020년 2분기~2021년 2분기 기간보다 더 많았다. 손실도 486억원으로 지난 2년간 두 번째로 많았다.
삼성생명이 금리 흐름과 반대되는 채권 전략을 구사한 이유는 실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지배지분 기준)은 2697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5%(8184억원) 급감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삼성전자 특별배당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작년 1분기에 삼성전자 특별배당금 6470억원(세후 기준)을 받았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 쉽지 않은 보장성보험 성장···자회사 실적도 부진
하지만 배당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보험·투자영업 자체가 부진했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보험영업손실은 6933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두 배 넘게 늘었다. 내년 도입될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인 탓이다. 1분기 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일반계정 기준)는 전년 대비 19% 빠졌다. 최근 3년 간 가장 적은 수준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의 보험료는 대부분 부채로 구분되기 때문에 이익 성장을 위해선 저축성보험은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려야 한다.
문제는 보장성보험이 이를 보완할 만큼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분기 보장성보험의 보험료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3% 늘어나는데 그쳤다. 신계약 연납화 보험료로는 같은 기간 오히려 2.1% 줄었다. 반면 한화생명은 28% 늘었다. 최근 보험업계는 보장성보험 확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IFRS17 도입에 여유가 있는 손보사들은 최근 보험료를 낮춰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투자영업 부문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실적 성장에 있어 큰 힘이 됐던 자회사들이 올해는 부진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 그룹 내에서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회계기준에 따라 자회사인 삼성카드(지분율 71.86%), 삼성자산운용(100%)은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자산, 부채 모두 삼성생명 장부에 포함된다. 또 삼성증권(29.39%)은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어 삼성증권의 순익 중 지분율 만큼을 한 해 실적에 추가한다.
작년 실적 ‘대박’을 낸 삼성증권 순익이 증시 부진으로 반토막이 났다. 삼성생명이 올해 1분기 삼성증권의 실적 중 이익으로 포함한 규모도 446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7%(390억원) 감소했다. 그 결과 삼성카드의 실적이 소폭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에서 얻은 총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감소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작년 1분기와 비슷한 실적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이 자회사를 통해 얻은 이익은 줄어든 셈이다.
올해 남은 기간동안 자회사들의 실적이 계속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것을 시사했다. 긴축 강화로 올 한해 증시는 쉽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이에 시장은 삼성증권의 올해 당기순익이 작년과 비교해 30%넘게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카드도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 증가가 계속 부담이 되고 있는 만큼 올 한해 실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난해엔 삼성전자 특별 배당금을 받았기 때문에 매도가능증권 매각 규모를 늘리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올해는 특별배당금이 없기 때문에 채권과 함께 수익증권도 일부 처분해 이익을 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