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59조 추경 중 상당부분 초과세수 활용
민주당 “올초 추경 땐 초과세수 얘기 일절 없어”
기재부 “개선된 세제 업무 적용하면서 수치 늘어”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새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초과세수가 상당한 규모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세수 추계능력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예산부처가 대선이란 정치 변수를 고려해 업무를 봤단 의혹도 제기한다. 다만, 정부는 올해 개선된 세제 업무 방안을 적용하면서 다소 수치에 차이가 생겼단 입장이다.
1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코로나19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연매출 30억원 이하 소기업 등 370만곳을 대상으로 최소 600만원씩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59조4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진 않기로 했다. 대신 초과세수 53조3000억원 중 국채 상환용 9조원을 뺀 44조3000억원과 지출구조조정 예산 7조원, 세제잉여금 등 가용 재원 8조1000억원을 활용한단 계획이다. 추경 재원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초과세수를 놓고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1조4000억원의 초과세수가 생긴데 데 이어 올해도 기존 세수 전망치(343조원)의 10%가 넘는 초과세수가 발생하면서 기획재정부의 예산 추계 능력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2월까지 누적 국세수입은 7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국세수입 진도율은 20.4%로 2월 국세수입 진도율 평균 16.9%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세목별 세수를 보면 소득세는 30조4000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23조8000억원)보다 6조6000억원 증가했다. 법인세는 2조9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으로, 부가세는 16조2000억원에서 19조8000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 실적 호조로 법인세가 많이 증가했고 근로소득세와 양도소득세도 늘었다”고 말했다.
초과세수는 국회 추경 심사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추경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초 추경 편성 당시 언급이 없던 초과세수가 튀어나오자 불순한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맹성규 의원은 “2월 1차 추경 논의에 참석했을 때 기재부는 초과 세수에 대해 일절 얘기가 없었다”며 “추계 과정에서 초과세수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당시엔 기재부가 그런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다가 이번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건 협상에 임했던 사람 입장에선 느닷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53조원은 황당하다. 지난 2월 1차 추경안 제출 당시 기재부는 '돈이 없어 국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지출 규모를 최소화할 수 밖에 없다’ 등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국채를 발행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는 세입을 과소 추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작년과 올해 연이어 추가세수가 본예산의 10%를 넘나드는 규모라는 건 기재부 세수 추계과정에서의 오류가 있거나 아니면 소위 권력 교체기에 여야 어디가 되든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쓸 수 있는 비용을 어디엔가 감춰놨다가 꺼냈거나 이랬을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당내 전문가들이 별도 팀을 구성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이번 추경을 편성할 때 개선된 세수추계 방안을 처음으로 적용하면서 수치가 다소 달라졌단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2월 발표한 세제 업무 개편 방안에 따라 이번 세수추계가 이뤄지다보니 기존과 다른 숫자가 나왔고, 앞으로도 이 방식으로 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예산 추정 당시엔 거시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번엔 이런 부분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올해 첫 추경 때는 초과세수를 추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단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초 추경편성 당시는 초과세수 추산을 할 수 없었다. 1월 실적 자체가 아직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추산을 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