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비율 하락에 따라 시중은행 잇따라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 인상 효과로 수요 증가,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 선호
수요예측 결과 통해 은행 간 비교평가···흥행 실패 시 브랜드 이미지 하락
조달 비용 등 은행 부담 증가···"높은 이자 비용 고려해 비용 절감 나서야"

4대 시중은행 BIS 비율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4대 시중은행 BIS 비율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금융권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이 하락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는 가운데 조달금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인상 효과로 관련 수요가 몰리면서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원하지만 발행사의 부담은 커지는 모습이다. 더 낮은 금리로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전략을 놓고 은행 간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평균 BIS 비율은 17.1%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보다 0.6%포인트(p) 하락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말 KB국민은행의 BIS 비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0.86%포인트 하락한 17.6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7.89%로 전년 동기 대비 0.13%포인트 떨어졌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동기 대비 0.02%포인트 감소한 17.28%, 우리은행은 1.3%포인트 하락한 15.6%를 기록했다.

BIS 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의미한다. 미래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자기자본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BIS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구조가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4개 시중은행들이 BIS 비율 제고를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신종자본증권은 은행이나 기업이 주로 자본 확충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금융상품이다. 만기가 없거나(영구채) 발행하는 회사 결정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최근 금리가 인상되면서 발행금리도 높아졌고 주된 발행사가 안정성이 높은 은행이 많아 시장에서 적잖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일 신한은행은 323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5년 후 중도상환이 가능한 영구채로 금리는 연 4.5%다. 당초 신한은행은 최초 증권신고서 신고 금액인 27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투자자들 참여가 몰리면서 최종 발행금액을 3230억원으로 증액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통해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겠다고 결정했다. 

KB국민은행은 6월 이후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오는 6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사 입장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단순히 자기자본 확충 수단에만 그치지 않는다. 4대 은행 모두 주력 업종이 같고 신용등급도 동일해 흥행 여부는 각 은행 간 비교평가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예측에서 목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이 몰린다면 은행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 수 있다"며 "은행이 제시하는 금리 밴드에 따라 수요예측 결과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는 2%대였다. 지난 2020년 11월 신한은행이 발행한 영구채의 이자율은 연 2.87%다. 

하지만 현재 은행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는 4.5%까지 올라왔다. 치솟은 시장금리 탓에 이전 발행 금리와 비교하면 은행 부담은 늘어난 셈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의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BIS 비율 제고와 한해 자금조달 목표를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중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호황을 이어가던 주식시장이 금리 상승과 맞물려 하락 국면을 맞이한 만큼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가 상승한 것은 주식 투자와 비교해도 상당한 메리트를 갖고 있다"면서도 "발행 금리 상승으로 높은 이자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을 잘 살펴서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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