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장비 반입 시작···“공급망 위기로 지연 가능성”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라인 평택 P3 라인 장비 반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반기에 완공한 뒤 내년 상반기 중 가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양산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반도체 장비 리드타임(주문 후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 장기화로 라인 셋업이 지연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초부터 낸드플래시 장비를 P3 공장에 반입하고 있다. D램 장비 발주는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7세대 176단 낸드와 극자외선(EUV) 공정을 활용한 14나노미터(nm) D램 등 첨단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P3는 클린룸 규모가 축구장 면적 25개에 달하는 70만㎡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모두 양산하는 복합 생산라인으로 조성된다. 파운드리는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오는 2024년 완공되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신공장과 함께 최첨단 파운드리 생산 기지로 삼겠단 전략이다. P3 파운드리 장비 발주는 6~7월 중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낸드에 이어 D램과 파운드리 장비가 입고되는 일정으로 알고 있다”며 “낸드 장비 반입 시점이 가장 빠른 건 해당 설비가 먼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싱글스택 방식인 기존 128단 제품과 달리 176단 낸드는 더블스택 공정이 적용되다 보니 장비를 가장 일찍 들인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위기는 변수로 꼽힌다. 부품 수급난으로 반도체 장비 반입이 지연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물류대란 등이 지속되고 있다. 또 공정 미세화가 이뤄지면서 장비 셋업에 소요되는 시간도 장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P3 공장 장비 입고 시점도 당초 계획보다 1~2달가량 지연됐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 / 사진=삼성전자

장비업계 관계자는 “장비 입고도 그렇고 라인 구축 등 셋업 일정도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며 “장비 전체가 들어와야 라인이 돌아갈 수 있는데, 해외 장비사는 물류 영향도 있고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예상보다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급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서 현재 특별한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하반기에 완공한단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라인 구축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장비 발주를 앞당기는 방식으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감안해 선제 장비 발주에 나서고, 투자 계획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장비 도입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투자 기조를 수립하고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장비도 있다 보니, 수요에 맞춰서 발주를 하되 빠르게 출하받을 수 있는 형태로 수주가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가 P3 라인에 투입하는 전체 투자 규모는 3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D램과 파운드리 라인에 EUV 장비가 많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5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P1과 P2 공장 구축에는 각각 30조원 정도가 투입됐으며 2017년과 2020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올해 삼성전자 전체 반도체 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반도체 시설 투자 규모는 43조6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45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중국 시안 낸드 공장 전환 투자와 P3 기초 공사에 상당액을 투입한 만큼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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