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줄여 주가 반등 모멘텀 만들어내
주가 하락세, '계획된 적자' 전략은 유지
IPO 앞둔 이커머스 업체들 예의주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쿠팡이 올 1분기 역대 최대매출을 기록했다.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반등 모멘텀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쿠팡은 그간 지적돼온 적자를 줄였음에도 여전히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어, 엔데믹 시대를 맞아 쿠팡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관심이 모인다.

12일 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이 32% 증가한 51억1668만달러(약 6조5212억원)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적자도 2억570만달러(약 2621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 달성, 적자도 줄였다

이번 쿠팡 매출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1분기 말 기준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물건을 구매한 적이 있는 활성고객수는 1811만명으로, 지난해 1분기 말 1603만명보다 13% 늘었다. 활성고객 1인당 구매액은 283달러로, 전년 동기(262달러) 대비 8% 증가했다.

쿠팡 실적 추이. / 자료=쿠팡, 표=김은실 디자이너
쿠팡 실적 추이. / 자료=쿠팡, 표=김은실 디자이너

쿠팡에 따르면 신사업인 쿠팡이츠·쿠팡플레이·쿠팡페이·해외사업 등에서 발생한 매출은 1억8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원화 기준으로는 79% 증가했다.

특히 쿠팡은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제품 커머스 부분의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가 처음으로 287만달러 흑자를 냈다. 쿠팡은 “로켓배송 등의 조정 EBITDA는 지난해 1분기 6928만달러 적자였다”며 “2014년부터 시작한 로켓배송이 이자와 감가상각비 등 비용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흑자 전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각종 프로세스 개선과 자동화,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이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며 “제품 커머스 부문에서 계속 흑자를 기록하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회사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도 “1분기 성과를 포함한 사업 동향을 볼 때 올해 말까지 조정 EBITDA 손실 규모를 4억달러 미만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초과 달성할 역량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수익성은 지속해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쿠팡은 매분기마다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끝없는 주가 추락으로 쿠팡의 수익성과 경영전략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쿠팡이 매출에서는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에서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은 늘지만 주가는 하락, 쿠팡 전략에 관심

실제 쿠팡은 전날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10달러에도 못 미치는 9.6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쿠팡 공모가(1주당 35달러) 대비 4분의1 수준이고, 시가총액으로는 약 21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가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대형마트 규제를 풀어주면 이커머스가 예전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 이커머스가 수혜를 입으면서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며 “엔데믹 시대를 맞으면 예전만큼 소비자들의 이커머스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IPO를 앞둔 컬리·SSG닷컴·11번가 등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번 쿠팡 분기 실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 구조상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쿠팡의 계획된 적자 기조를 따라 각종 설비, 서비스 등에 투자하를 단행하며 IPO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쿠팡의 주가 부진은 곧 연내 IPO를 목표로 준비 중인 컬리·SSG닷컴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커머스 기업은 거래총액을 기반으로 성장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시가총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쿠팡의 시가총액 하향세는 곧 이커머스 기업들의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지속적인 투자, 매출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지속적인 적자가 문제”라면서 “미국 주가 상황을 고려해도 쿠팡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영업손실 규모를 개선하는게 숙제”라고 말했다.

일단 쿠팡은 주가 등락과 관계없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고객 경험에 집중하며 투자와 성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은 크지만, 장기적으로 쿠팡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쿠팡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화와 자동화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고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쿠팡 주가 하락세에 대해 김 의장은 “우리는 최고의 효율로 고객에게 최고의 와우경험을 주겠다는 목표에 따라 자원을 배분한다”며 주가 하락에도 전략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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