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가입자는 늘고 마케팅비는 줄고
1분기 영업익 4324억···시장 전망치 3989억 상회
AI·메타버스 등 아이버스, 유무선 통신사업 수준으로 육성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텔레콤이 올 1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5G 가입자 증가와 마케팅비 감소로 이동통신(MNO)사업 이익이 확대된 가운데, 미디어·엔터프라이즈 등 주요 사업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다.
SK텔레콤은 MNO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편,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을 아우르는 ‘아이버스(AIVERSE·AI와 Universe의 합성어)’의 사업모델(BM) 구축을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아이버스 사업 매출을 2조원으로 끌어올려, 기존 유무선사업과 함께 SK텔레콤의 주 수익원으로 키울 방침이다.
◇ 1분기 영업익, 시장 전망치 상회···5G 가입자 증가 영향
10일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2772억원, 영업이익 43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3.99%, 영업이익은 15.55% 늘었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3989억원을 상회했다. 지난해 11월 SK스퀘어와의 인적분할 관련 일회성 비용(주식 상여금 750억원)을 제하면 영업이익은 5000억원을 뛰어 넘는 것으로, 사실상 2016년 이후 최대치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1%포인트, 전분기 대비 4.8%포인트 상승한 10.1%를 기록했다.
SK텔레콤 호실적은 5G 가입자 확대에 따른 이동통신(MNO)사업 성장이 주효했다. 1분기말 기준 SK텔레콤의 5G 가입자는 전분기 대비 100만명 순증한 1088만명을 기록했다. 핸드셋 기준 전체 가입자 중 5G 가입자는 지난해말 41.6%에서 45.9%로 증가했다.
마케팅비용을 줄인 점도 이익 성장에 기여했다. 1분기 SK텔레콤의 마케팅비용은 7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전분기 대비 8.4% 감소했다. 5G 상용화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부터 마케팅비 감소 기조가 이어진 영향이다.
5G 가입자는 늘고 마케팅비용은 줄인 결과, 1분기 SK텔레콤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2%, 16.2% 늘어난 3조774억원과 3569억원을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1%, 0.9% 증가한 1조260억원, 761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IPTV 가입자 순증 1위를 달성했다.
미디어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3908억원을 기록했다. 유무선 가입자 확대 및 고객 데이터 기반 사업 성장 덕분이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사업 매출도 전년 대비 17.4% 증가한 3609억원을 기록했다..
구독서비스 ‘T우주’는 최근 이용자 100만명을 넘었으며, T우주·웨이브·플로 등 구독 서비스의 총상품판매액(GMV)은 1분기에만 13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7월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지난 3월 기준 월간이용자수(MAU) 135만명, 누적이용자수 554만명을 달성했다.
◇ AI에이전트 오픈베타서비스 곧 출시···이프랜드, 하반기 글로벌 진출
SK텔레콤은 올해 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아이버스, 커넥티드 인텔리전스 등 5대 사업군을 중심으로 성장을 추진한다.
유무선 통신사업은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이 아닌 상품 차별화와 멤버십 제휴 등으로 5G 가입자를 확보해 안정적인 성장을 추진한다. 5G 가입자 증가에 따라 무선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상승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김지형 SK텔레콤 통합마케팅전략담당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11년 LTE 도입 시기를 돌이켜보면 중간에 선택약정이 도입됐음에도 출시 후 5년 이상 ARPU가 상승하는 트렌드를 보였다”며 “5G는 LTE보다 상승세가 좀 더 오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올 연말까지 핸드셋 가입자 중 5G 비중은 58%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가입자 유지와 엔데믹 트렌드로 기대감을 주고 있는 로밍 등으로 MNO사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이날 5G 중간요금제 출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진원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객의 니즈, 사용 패턴,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요금제를 검토 중”이라며 “5G 론칭이 벌써 4년차로 보급률 40%를 돌파한 상황에서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고객이 원하는 요금제를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독·AI·메타버스 등 3대 서비스 중심의 아이버스 사업 매출을 오는 2025년까지 2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기존 유무선 통신사업과 함께 SK텔레콤의 핵심 사업으로 키울 방침이다.
김 CFO는 “지난해 아이버스 사업 매출은 20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25년까지 2조원 수준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유무선 통신사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인용 AI에이전트 오픈베타 예정”
SK텔레콤은 조만간 ‘AI 에이전트’의 오픈베타서비스를 출시한다. 가상세계 아바타인 AI 에이전트는 딥러닝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면서 이용자의 분신으로서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은 현재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사내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진행 중이다.
김 CFO는 “AI 에이전트 사업의 오픈베타서비스를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라며 “AI 에이전트는 고객과 일상을 공유하는 캐릭터 기반 서비스로, 딥러닝 기반 개인화 기능을 제공하는 B2C AI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는 2분기부터 오픈플랫폼, 경제시스템 등 신규 기능을 추가하고, 올 하반기 80여개국에 진출한다.
양맹석 SK텔레콤 메타버스컴퍼니(CO)장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소통이란 이프랜드의 핵심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1분기까지는 모임과 커뮤니티 기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선했다”며 “2분기 이후는 오픈 플랫폼, 경제시스템과 같은 신규 기능이 추가되면 소셜 메타버스 월드의 모습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픈플랫폼을 통해 아바타와 공간을 직접 만들 수 있고, 크립토(암호화폐) 경제시스템을 기반으로 콘텐츠 거래가 가능한 상태에서 하반기 80여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이프랜드의 글로벌 범용 버전으로 최대한 많은 국가에 동시 진입 후, 현지반응과 관심도를 고려해 집중할 국가를 선정하고, 현지파트너와 협력하거나 공동마케팅을 통해 현지화하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단기적으로 이프랜드 가입자 확대에 집중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개방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BM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양 CO장은 “오픈플랫폼, 경제시스템 등 BM 구조가 수립되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독서비스 T우주는 11번가 해외직구 상품 수를 확대하고, 고객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구독상품 출시 및 AI를 활용한 맞춤형 구독상품 제공 등에 주력한다.
SK텔레콤은 아이버스 사업 확대가 MNO사업 매출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CFO는 “메타버스가 활성화될수록 안정적이고 빠른 네트워크 환경과 데이터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