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그룹 역대 최고 금액으로 인수한 지누스, 상반기 내 인수 마무리
올해 유통 빅3 리빙 대전 예고···양사 시너지 내기까지 다소 시간 걸릴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가 올해 한샘·신세계까사·지누스로 리빙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검증된 사업’만 투자하는 신중 행보를 보여왔던 현대백화점그룹은 미국 아마존 1위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자사 역대 최고 금액으로 인수, 편입을 앞두고 있다. 리빙 카테고리가 유통가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과 지누스의 시너지에 관심이 모인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3월 지누스 이윤재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30%와 경영권을 7747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현대백화점그룹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의 리빙 부문 계열사 편입은 지난 2018년 3860억원에 인수한 인테리어 회사 현대L&C 이후 4년 만이다.
우선 현대백화점그룹은 상반기 내 지누스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누스는 글로벌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기업으로, 2006년 미국을 시작으로 현재 캐나다와 호주·일본·영국·독일 등에 진출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리바트 가구·인테리어 사업과 현대L&C의 건자재, 지누스의 글로벌 가구·매트리스까지 추가한 현대백화점그룹은 리빙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번 지누스 인수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단순 계산 리빙 사업부문에서 매출 3조6000억원의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등극하게 됐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2030년까지 리빙 사업부문을 5조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지난해 말 기준 현대백화점그룹의 리빙 부문(현대리바트·현대L&C) 매출은 2조5000억원정도다.
이번에 지누스가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되면 롯데쇼핑의 한샘, 신세계의 신세계까사로 유통 3사의 리빙 대전 구도가 그려지게 된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마트 등에 한샘 매장을 추가, 롯데온에서 한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까사는 굳닷컴 플랫폼 리뉴얼, 입점 브랜드 품목수를 확대해 온라인 경쟁력을 높이고 오프라인 점포는 현재 98개에서 12개 이상 더 늘려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단행한 M&A가 모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누스 인수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직 가구배송을 강점으로 하는 뚜렷한 강자가 없어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를 통해 온라인 가구 배송을 강화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롯데, 신세계와 달리 온라인 부문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누스는 아마존을 포함한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온라인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또 현대백화점의 리빙 핵심 계열사인 현대리바트도 아직 기업간거래(B2B) 비중이 36.7%로 높아 소비자간거래(B2C) 비중을 높여야하는 상황이다. 현대리바트의 B2C 비중은 25.5%다. 반면 지누스도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23%, 국내 판매 비중은 3%에 불과해 현대백화점의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영역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관건은 현대백화점그룹과 지누스와의 시너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8년 한화L&C(현대L&C)를 인수한지 3년 만에 60조원 규모의 국내 인테리어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인수 후 시너지를 내기까지 오랜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누스 제품은 중저가 위주로 구성돼 있어 현대백화점그룹과의 시너지를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요하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그룹은 대규모 자원을 투자하기보다는 특정 카테고리에 대한 전문몰을 키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지누스는 국내 유통채널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내 리바트, 현대L&C와 같은 기업들과의 협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누스 매트리스의 현재 포지션이 백화점과 거리가 있어 현대백화점의 전문점 전용 하이앤드 브랜드 육성이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리바트와 현대L&C, 지누스가 주력으로 하는 강점을 살려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현대백화점그룹의 국내 유통경영에 대한 노하우와 역량을 바탕으로 지누스의 국내 매출을 부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현대L&C와 리바트와의 협력을 통해 원자재 가격 인하, 상품 디자인 개선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누스의 취급 품목을 매트리스 외에 거실, 홈오피스, 아웃도어 등 일반가구까지 확대하고 그룹 내 유통 계열사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지누스의 국내 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