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해상공항, 2035년 개항
경제성 떨어지는데 ‘예타 면제’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미 수차례 진행된 타당성 검토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정치권에서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13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이 정치적 논리로 인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가덕도 남단 바다를 메워 조성하는 국내 최초 해상공항이다. 수심 20~30m 가량의 바다를 메운 이후 평균 해수면에서 15m 높이에 건설될 예정이다. 추정 사업비는 13조7000억원이다. 앞으로 기본계획, 설계, 각종 영향 평가 등을 거쳐 이르면 2025년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립한 가덕도 신공항 추진계획이 지난 4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후 사흘 뒤인 29일 기획재정부에서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결정됐다. 예타 면제를 받은 사업 가운데 단일 기춘 최대 규모다. 정부는 배후부지를 국제물류단지로 개발해 가덕도 신공항을 동남권 물류 중심 공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경제적 파급효과 23조원, 고용 유발효과 10만3000명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사업 자체 경제성이 낮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토부가 실시한 사전타당성조사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은 0.51~0.58에 그쳤다. 이용객이 없어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전남 무안공항의 0.49와 비슷한 수준이다. 통상 비율이 1에 미치지 못하면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비용 대비 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놓고도 13조원을 쏟아붓는 결정을 한 셈이다.
가덕도는 입지적으로 신공항을 조성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16년 공항 설계 분야 세계적 전문기관 파리공항단단엔지니어링(ADPi)이 실시한 평가에서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세 곳(가덕·밀양·김해) 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11개 평가 항목 중 8개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안정성, 시장 잠재력, 지역경제 영향, 생태계 영향 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ADPi가 예상한 투자비 역시 가덕도가 8조5840억원으로 김해(4조730억원)·밀양(5조1520억원)보다 더 많았다.
환경 파괴도 논란거리다. 가덕도 신공항 조성에 투입되는 흙의 양은 3억7800㎡ 정도다. 흙 조달을 위해선 가덕도 남단 국수봉을 포함한 남산 3배 규모의 산을 발파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인해 낙동강 하구에 천연기념물 179호인 철새도래지와 가덕도 내 해식애(파도로 침식된 해안절벽), 동백군락지(부산시기념물인 36호) 등 자연자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밖에 공항을 운영할 경우 조류와 항공기 충돌 문제와 주변 교통량 증가, 공항시설 오·폐수 등 증가 등 다양한 해양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선 가덕도 신공항이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화두를 꺼낸 동남권 신공항은 수 년의 논란 끝에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듬해 4월에는 예타도 통과했고, 2018년 12월에는 기본계획 수립까지 끝마쳤다. 계획 수립 단계에서 투입한 최소 40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2019년 4월 부산시장 보궐 선거 때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신공항 건설 논의가 다시 떠올랐다. 지난해 2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김해공항안은 자동 폐기됐다.
일각에선 가덕도 신공항 계획이 또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이미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결정한 국책사업을 손쉽게 폐기했다”며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가덕도 신공항은 상황에 따라 뒤집기 더 쉬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10조원이 넘는 투입되는 사업에 정치 논리를 앞세우면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된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반발이 거세질 경우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