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으로 IPO 준비하던 기업들 잇달아 상장 철회
가계대출 감소세로 영업환경 어려워져···상장 부담 커질듯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의 강도를 높이자 케이뱅크가 목표로 한 연내 기업공개(IPO)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긴축에 대한 우려로 주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IPO를 철회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대출자산을 늘리는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기에 증시 부진은 IPO에 대한 부담을 더욱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최근 기준금리를 0.50%에서 1.0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0.75%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은 시행하지 않았지만, 강도 높은 긴축 기조는 이어갈 것이란 뜻을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두어 번의 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연준이 긴축 강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미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발표한 다음날 다우 존스는 전장 대비 3.12%, S&P 500은 3.55 % 빠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99%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도 지난 6일 전날과 비교해 1.76% 하락했다.
상장을 진행하던 기업들은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 SK쉴더스는 IPO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 보안 전문 업체인 이 회사는 IPO 최대어로 꼽혔다. 하지만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다 이달 3~4일 시행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올해 SK쉴더스를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대명에너지까지 4개 기업이 상장을 철회했다.
시장에선 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시장 분위기로 보면 뚜렷한 거시 경제 개선이 없는 한 공모 시장에서 작년 같은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밸류에이션을 낮추든가 비상장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분위기가 바뀌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케이뱅크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계열사인 케이뱅크 상장에 대해 “올해 말에서 내년 초를 목표로 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케이뱅크는 올 초 상장 주관사로 NH투자증권·씨티증권·JP모간을 선정하는 등 IPO에 속도를 냈다.
케이뱅크는 IPO 준비에 있어 증시 부진 외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감소세가 고민거리였다. 대출자산을 늘리는 것은 케이뱅크가 IPO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데 있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예금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계좌 제휴를 맺은 덕에 대규모로 확보했지만 대출이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 대비 여신의 비율은 63%에 그쳤다.
그간 가계대출 급증을 이끌어온 신용대출이 올해들어 감소하면서 케이뱅크는 대출자산을 늘리는 것도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지난 2020년부터 2년 간 저금리 기조로 신용대출이 크게 늘자 케이뱅크도 대출자산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기준금리가 잇달아 상승하면서 은행권 신용대출은 급격히 줄었다. 올해 당분간 신용대출은 반전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케이뱅크의 대출 사업은 신용대출에 크게 쏠려있다. 작년 말 케이뱅크의 전체 대출자산 가운데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달한다. 이에 케이뱅크는 금융당국에 보고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신용자 대출을 적극적으로 내주는 등 신용대출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내린데 이어 4월엔 추가로 0.4%포인트를 하향조정한 바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부진한 점도 부담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상장 직후 주가가 9만원 선으로 올라서는 등 ‘대박’을 냈다. 케이뱅크도 이 흐름을 타려고 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최근 4만원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플랫폼 경쟁력’이었다. 케이뱅크의 플랫폼은 이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대다수의 평가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IPO는 내년까지 마무리하면 되기 때문에 일정 상으론 아직 여유가 있다”라며 “올해 금융시장 상황이 급격히 변하는 만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