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독과점 산업’으로 규정·올해부터 시장 분석 예고
업계·방통위, ‘시장 활성화 저해’ 우려

알뜰폰 시장 점유율 / 그래프 = 정승아 디자이너
지난 2월말 기준 알뜰폰 시장 점유율 / 그래픽 = 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알뜰폰 시장에 대한 정부 당국의 전방위적인 규제 움직임이 거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시장 점유율 규제 논의에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알뜰폰을 '독과점' 산업으로 규정하고 시장 분석 계획을 밝혔다.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시장 축소 및 소비자 선택권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9일 알뜰폰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3사 자회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부처 시장 규제 움직임이 커졌다.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 등 5개)의 시장 점유율 제한 강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미 통신3사 자회사 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영업을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부과한 바 있는데, 점유율 산정 시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겠단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2월말 기준 통신3사 자회사의 점유율은 50.9%로, 영업 정지가 불가피하다. 다만 등록조건 변경은 사업자 동의가 필요한 탓에 정부는 6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 강화 취지에 동의한단 입장을 밝히면서 차기 정부에서 규제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가운데 공정위는 최근 알뜰폰을 독과점 산업으로 규정하고 올해 알뜰폰 시장을 분석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가계 통신비 인하란 알뜰폰 도입 취지 제한 우려와 수직계열화된 통신사-알뜰폰사업자 간 요금경쟁 동기가 왜곡되지 않는지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아울러 알뜰폰 사업자의 망 이용이나 요금 결정, 유통 과정 등에서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요인, 이용과정에서의 소비자 불만 요인 등이 없는지를 비롯해 중소사업자의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통신망 도매제공 범위를 기존 SK텔레콤에서 KT, LG유플러스 등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이는 알뜰폰 시장이 통신3사 자회사 중심으로 재편되자 경쟁 왜곡 요인을 파악해 개선하겠단 취지이지만, 사업자들은 공정위 조사가 규제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는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할 수 있단 주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독과점으로 규정하려면 독점 의지 있는 사업자가 있어야 하고, 독점적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성립하는 사업자가 현재 없다. 또는 과점이 형성돼 독점권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인이 다른 사업자들을 하나로 묶어서 독과점을 판단하는 건 무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알뜰폰 시장을 들여다보겠단 의미인데, 실제 어떤 규제로 이어질지는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KB국민은행이 최근 원가 이하로 상품을 판매하는 걸 막는 등 가격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더 저렴하게 팔지 못하게 한단 점에서 소비자 선택권 문제로 이어진다. 사후 규제로 이어지면 방송통신위원회와 역할이 겹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방통위에서도 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 역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통위는 앞서 통신3사 자회사와 KB국민은행 등 대기업들에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과도한 마케팅을 지양하라고 경고하는 등 시장 과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었다고는 하지만 실제 600만명 정도이지 않나. 무선통신 가입자 5500만명 중 10%를 갓 넘은 수준인데, 공정거래 이슈로 재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책이 알뜰폰 활성화에 방점이 맞춰져 있고, 우리도 알뜰폰은 가능하면 자율규제 중이다. 통신사 자회사 점유율이 50%가 넘었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알뜰폰 시장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동통신(MNO) 시장만을 유지하는 게 맞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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