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 "블렌더, 북 260억 불법 수익 확보 과정에 이용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가상화폐 탈취와 관련해 자금 세탁을 도왔다는 이유로 믹서 서비스 업체에 대해 제재를 결정했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은 물론 탈취한 가상화폐의 자금 세탁을 지원하는 데 이용됐다며 가상화폐 믹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렌더'(Blender)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정부가 가상화폐 믹서 회사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믹서란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금 추적 및 사용처, 현금화 여부 등 가상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워진다.
재무부는 블렌더가 북한이 2050만 달러(260억원)의 불법적인 수익을 처리하는데 이용됐다고 봤다. 블렌더는 지난 2017년 설립된 이후 5억 달러(6350억원)가 넘는 규모의 비트코인 이전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러시아와 연계된 랜섬웨어 그룹인 트릭봇, 콘티, 소디노키비 등의 자금 세탁도 도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앞서 재무부는 지난달 14일 블록체인 비디오 게임 '액시 인피니티'가 당한 6억2000만 달러(약 7877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해킹 배후로 북한과 연계된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를 지목한 바 있다. 리자루스가 훔친 액수는 가상화폐 탈취 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재무부는 리자루스와 연결된 암호화폐 이더리움 지갑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지갑 3개를 추가로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고, 이번엔 4개의 가상화폐 지갑을 추가로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재무부는 북한이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피해 가상화폐 거래소, 금융기관에서의 강탈 등 불법적 활동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불법적 대량파괴무기(WMD),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차관은 "불법 거래를 돕는 가상화폐 믹서는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위협이 된다"라며 "우리는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에 맞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북한이 지원하는 도둑(해커)과 돈세탁을 가능하게 하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별도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과 외교를 추구하는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고, 북한이 대화에 관여하길 촉구한다"며 "동시에 우리는 북한을 불법적 사이버 활동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서도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